제목 | 12월 5일 대림 제2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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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12-05 | 조회수837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게 최선입니까?>
얼마 전 종영된 한 인기 드라마에서 ‘까도남’ 사장이자 주인공이 자기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자주 쓰던 ‘유행어’가 기억납니다. “이게 최선입니까?”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중풍에 걸려 죽어가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의 눈물겨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은 오랜 중풍으로 인해 끝도 없이 고통을 당해온 가엾은 친구를 향한 자비와 연민, 측은지심의 정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자비, 연민, 측은지심이란 무슨 뜻일까요? 네 고통을 내 고통으로 여기겠다는 말입니다. 네 눈물을 내 눈물로 여기겠다는 말입니다. 네가 너무 슬퍼 잠 못 들 때 나도 깨어 네 머리맡을 지키겠다는 말입니다.
이토록 각별한 연민의 정으로 지닌 참으로 인간미 넘치는 친구들은 중풍 환우에게 새 삶을 맛보이기 위해 평상을 하나 특수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그 위에 눕혀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데려왔습니다.
오기만 하면 다 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큰 오산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집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생명수 같은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몰려온 사람, 치유의 은혜를 청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 그저 호기심에 다가온 사람들, 예수님의 말씀에 꼬투리를 잡기 위해 염탐하러 온 사람...
친구들은 사람으로 만들어 진 벽을 한번 뚫어보려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양보 좀 해달라고 애걸복걸 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급행료를 주면 될까 싶어 돈을 거뒀지만 그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열띤 토론도 벌어졌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는데, 지금까지 그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 지붕을 뚫고 환자를 내려 보내는 ‘초강수 작전’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친구들의 각별한 우정,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이런데 어쩔 수 없지, 하며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하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머리를 짜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그 결과 폭포수 같은 하느님의 은총이 중풍병자에게 내려졌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그들이 보여준 행동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예의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고, 해서는 안 되는 기가 막힌 행동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방안에서 한참 중요한 말씀을 선포하고 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때 갑자기 천장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천장을 뜯어내는 소리, 밑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뭐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꽤나 불안해했겠지요.
의아하고 불안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위쪽으로 쏠리는 순간, 천장에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며 나뭇잎이며 이물질들이 밑으로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천장이 열리더니, 맙소사 중풍병자를 밑으로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닙니까?
참으로 당돌하고 예의 없는 그들의 행동이었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기괴하고 특별한 상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중풍 병자를 향한 친구들의 그 따뜻한 마음, 어떻게 해서든 친구를 한번 살려보겠다는 간절한 마음, 또 예수님께서 반드시 치유해주실 것을 100% 확신하는 확고한 그들의 믿음에 예수님의 마음까지 훈훈해졌습니다. 이윽고 생명과 구원의 말씀을 중풍병자에게 건네십니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오늘 우리는 우리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병들어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의 친구들을 위해, 깊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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