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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권주일과 사회교리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05 조회수358 추천수0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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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주일과 사회교리




대림 제2주일은 우리 한국교회의 ‘인권주일’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이듬해, ‘5공’이라 부르는 군부독재정권이 들어서던 1981년에 제정되었으니, 올해는 30번째가 됩니다.

젊은 시절 인권주일 무렵에는 마음이 절로 뜨겁고 비장해지곤 했던 그 질감이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과거 본당 신부님의 배려로 인권주일 강론을 두 번인가 했던 기억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 시절에는 인권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열의가 지금보다 더 분명했고, 그것은 우리 한국교회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요.

지금은 온 교회가 ‘평온’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교회의 양적 팽창과 외형의 다채로움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교회공동체마다 활력과 윤기가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평화롭고 은총이 가득한 시기에, 한국주교회의는 올해 추계정기총회에서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하였습니다. 올해의 인권주일부터 한 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설정하고 신자들에 대한 사회교리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지요.  

왜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시기에 역설적으로 ‘사회교리 주간’이 제정되고 신자 전반에 사회교리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일까요? 그러나 신자들 대부분은 그런 의문조차 가져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생소한 사회교리에는 관심도 없고, 사회교리와 접촉할 수 있는 방편도 확실하지 않으니(어느 모로는 차단이 되어 있으니), 주교회의에서 인지한 ‘사회교리 주간’ 제정의 필요성—신자들의 태평성대 관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변함이 없을 듯싶습니다.

‘대전주보’에 3년 동안 글을 써오면서 사회교리와 근접할 수 있는 내용을 담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애를 썼습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석 달 동안 ‘대전주보’에 연재된 전의성당 주임 박상병 루도비꼬 신부님의 사회교리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사회교리의 핵심 사항들을 포괄적으로 세밀하게 설명하는 그 글들을 읽으면서 고마운 마음 한량없었습니다. 주교회의가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해야 할 정도로 어떤 심각성이 내재되어 있는 오늘의 교회현상 속에서 우리 교회가 신자들에게 사회교리 교육을 앞장서서 실행하는 모습으로도 보여  신자로서의 자부심도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자들이 그 글을 얼마나 유심히 읽고 가슴에 새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반응들도 별로 없는 듯싶습니다. 박상병 신부님의 사회교리에 관한 글이 연재되는 동안 미사 후 성당 입구에 어지럽게 쌓이는 주보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12월 4일(대림 제2주일/인권주일) 제2113호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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