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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워낭소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07 조회수813 추천수14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나해 대림 2주간 수요일 - 워낭소리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습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79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입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릅니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입니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릅니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습니다. 최노인은 너무 오랜 산 소가 죽는 모습이 보기가 안타까워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고, 헐값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최노인은 화가 나서 소를 팔지 않고 그냥 돌아와서 죽을 때까지 키웁니다.

죽기 직전 최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멍에와 코뚜레를 풀어주고 빼내어줍니다. 그리고 소가 남겨놓은 것은 수많은 장작더미, 추우니까 때라고 그렇게나 많이 남겨놓고 떠나간 그의 빈자리는 최노인에게는 너무도 큽니다. 죽은 소를 생각하며 워낭을 흔들며 소리만이라도 들어보고 싶은 노인의 얼굴에선 그 말 못하는 소가 그 노인에게 얼마나 큰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이 ‘워낭소리’는 그리스도와 우리와의 관계를 잘 묵상할 수 있게 해 주는 영화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께서 힘들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 안식을 주시겠다고 하시지 않고 당신의 멍에를 메라고 하십니다. 멍에는 소에게 수레나 쟁기를 달기 위해 소의 목에 걸치는, 어쩌면 소를 힘들게 하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만약 최노인의 소가 멍에를 멜 수 없는 처지였다면 최노인이라 하더라도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밥을 주어가며 생명을 연장시키려 했을까요? 그렇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최노인은 그 나이 든 소를 남들이 보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일을 시키며 소를 소로서 대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리와 건강 때문에 병약한 자신도 소와 함께 일을 합니다.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자신과 소의 본질적 삶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나 소나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한 멍에를 메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만 소도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행복했고, 또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끝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주고 눈물을 흘려주는 오랜 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휴식을 주는 것은 일을 더 시키고 덜 시키고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는 사람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놓아두지 않고 일어나 일을 하도록 만듭니다.

참다운 휴식을 주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을 향한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의 사랑’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시밭길입니다. 그 멍에를 메고 오늘도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그 고생에도 행복한 이유는 그 멍에를 메어 주시는 분의 나에 대한 누구와도 비길 수 있는 바로 그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도성소가 급격히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녀님으로 사는 것이 엄격한 규율 밑에서 자유도 없이 사는 것 같아 너무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시도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그리스도의 멍에를 메고 우리들이 모르는 안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삼고 죽기까지 따르겠다는 종신서원을 할 때의 파우스티나 성녀의 일기를 잠시 읽어봅니다.

“종신서원 이후, 하느님과 나의 관계는 그 전 어느 때보다도 더 친밀하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과, 그분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낀다. 하느님을 한번 체험한 이후, 나의 영혼은 그분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제대의 발치에서 내 영혼이 지독한 메마름 속에서 보내는 한 시간이 이 세상의 즐거움 속에서 지내는 백 년보다도 나에게는 더 즐겁다. 세상의 여왕이 되는 것보다는 수녀원의 낮은 자리에서 천한 일을 하는 일꾼이 되는 것이 내게는 더 좋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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