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얻지 말고 받아야 -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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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12-08 | 조회수591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얻지 말고 받아야
오늘 축일의 의미를 담은 본기도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동정녀를 원죄 없이 잉태되게 하시어 성자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셨나이다.”
감사송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마리아를 원죄에 물들지 않게 지켜 주시고, 은총으로 가득 차게 하시어, 성자의 맞갖은 어머니가 되게 하셨나이다.”
그러니까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은 마리아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성자를 위한 것입니다. 성자의 합당한 거처, 성자의 맞갖은 어머니가 되도록 하느님께서 그리 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은 성자를 위해서이고, 마리아를 원죄 없이 잉태되게 하신 분은 성부이십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는데 있어서 마리아의 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은총일 뿐입니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는데 나의 공로가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본래 없었던 나이니 공로란 애초에 있을 수 없었고, 그래서 나란 존재는 그저 부모의 자녀 계획에 따라 태어났을 뿐입니다.
마리아도 구원 계획 이전에는 존재치 않았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계획 이후에 마리아는 존재하였고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계획에 따라 마리아는 존재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에 따라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될 사람으로 잉태되고 태어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어머니로 마리아가 태어나고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은 인류의 구원 계획에 따른 하느님의 은총일 뿐입니다.
은총, 그것은 공로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로가 있어서 좋은 것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대가일 겁니다. 그때 하느님은 은총을 베푸시는 분이 아니라 공로를 떼먹지 않고 인정해 주는 정도의 선과 사랑 밖에는 없습니다.
이에 비해 은총은 공로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순전히 당신 선의와 사랑 때문에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선을 은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담과 하와처럼 자기가 선을 따 먹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선을 은총의 열매가 아니라 자기 노고의 열매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아담이 죽도록 일을 해야 열매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그저 주시는 대로 받지 않고 자기가 따 먹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받아먹는 존재에서 얻어먹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와가 산통을 겪어야만 자녀를 낳을 수 있게 된 것도 마찬가집니다. 자녀를 은총의 자녀로 낳지 못하고 자기 고통의 자녀로 낳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아담과 하와의 이 모든 것을 되돌리는 은총의 여인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의 뜻이 이 것입니다. 은총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셨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은총으로 낳으셨고 은총의 자녀로 낳으셨습니다.
은총의 여인이여, 은총을 우리에게 낳아 주는 어머니여, 우리의 찬미 받으소서!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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