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12일, 구舊 소련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i Alekseevich Gagarin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08분에 걸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우주비행에 성공한 뒤 냉전기간 내내 우주 진출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미국은 한 마디로 경악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결국 미국은 1969년 7월 20일, 모선 아폴로 11호를 떠난 달 착륙선 이글호가 달표면에 착륙하고 마침내 닐 암스트롱Neil A. Amstrong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첫 발자국을 남기자 겨우 자존심을 회복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또 다른 작은 사건 하나가 미항공우주국(NASA)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전해진다.
NASA는 구舊 소련의 우주비행사들이 볼펜이나 만년필과 같은 액체 필기구를 쓸 수 없는 무중력의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필기를 할 수 있었는지 그 비밀을 파헤치려고 무던히도 애썼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미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과학기술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무중력 공간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을 개발했다.
무중력 볼펜 개발에 성공한 NASA의 과학자들은 의기양양意氣揚揚하여 구舊 소련의 과학자들과 한데 모인 자리에서 스스로를 자랑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무중력 공간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이 볼펜이야말로 우리 미국의 최첨단 우주과학기술과 자본이 어우러져 이뤄낸 멋진 발명품입니다. 만약 귀국에서 원하신다면 아주 싼 가격으로 이 기술을 팔 의향이 있소만......”
그러자 구舊 소련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이 별 관심 없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 마디 중얼거렸다.
“아니오, 관심 없소. 당신네들은 계속해서 그 멋진 발명품을 쓰시오. 우리는 그 동안 써오던 연필을 계속해서 쓸 거니까 말이요.”
코헬렛(설교자를 뜻하는 일반명사 혹은 성서의 전도서傳道書를 가리키는 말)은 ‘티끌로 된 몸은 땅에서 왔으니 땅으로 돌아가고 숨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니 하느님께로 돌아가리라(전도12,7)’고 외치면서 인생만사가 ‘헛되고 또 헛된 것(전도12,8)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이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코헬렛의 가르침대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말해 왔건만 지금 존재하는 내 목숨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존재에서 비존재에로의 전환’을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어린 세상 사람들은 허무와 비극적인 종말로만 느껴지는 자신의 ‘존재’를 무언가 ‘소유’하는 것으로 채워보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우리들 인간이 그토록 탐닉하는 것이 바로 돈과 섹스, 그리고 권력이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얻기 위해 그토록 우리들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만 인생이 무상無常할진대 인간들이 만들어 내고 인간들끼리 나누는 돈의 무상無常, 섹스의 무상無常 그리고 인간권력의 무상無常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코헬렛은 허무주의虛無主義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상無常’ 역시 무의미無意味를 말한다기보다는 모든 것의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권고이다.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데 그 과정을 영원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영원永遠이 있다면 그 과정 너머에 있고 변화무상變化無常한 우리들 인생 너머에 있을 것이다.
결국 티끌은 땅으로 돌아가고 숨은 하느님께로 돌아간다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이 세상에서 돈과 섹스, 그리고 권력을 소유하기 위해 싸우는 시간은 그야말로 무중력 볼펜을 만드는 일처럼 허무한 인생을 더욱 더 허무와 무의미로 채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이미 당신의 인생을 쓸 수 있는 연필이 있다. 그 연필에 만족하라. 그 연필 하나면 족한데 괜히 쓸데없는 무중력 볼펜을 만드는 일에 당신의 인생을 허비하는 대신 그 연필로 쓰는 당신의 인생의 내용에 집중할 것이다.
교회는 중세 스콜라 신학 이후부터 하느님과의 더 깊은 만남을 위해 길을 떠나는 구도자들에게 복음적인 청빈과 정결, 그리고 순명을 권고해 왔다. 이 세 가지 복음적 권고 즉 청빈, 정결, 순명은 정확히 돈과 섹스, 그리고 권력과 대척점對蹠點에 자리하고 있다. 교회가 괜한 것들을 수 백 년 동안이나 권고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들을 만한 말을 다 들었을 테지만, 하느님 두려운 줄 알아 그의 분부를 지키라는 말 한 마디만 결론으로 하고 싶다. 이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다.”(전도12,13)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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