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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10 조회수585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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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토요일-마태오 17장 10-13절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도래를 자신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삶, 혹독한 죽음을 통해 예견한 두 대예언자 엘리야와 세례자 요한, 이 두 분의 삶은 여러모로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하느님 나라 완성을 위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영 안에 이미 영원한 생명의 씨앗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죽음도 두렵지 않았을 뿐더러 죽어도 결코 죽지 않았습니다. 육체는 비록 재가 되어 소멸되었지만 고귀한 영혼은 불사불멸의 나라로 날아올랐습니다.

 

    예언자로서의 삶, 우선 멋져 보이고, 그럴 듯 해보이고, 있어 보이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고독과 몰이해는 그들의 태생적 운명입니다. 오늘을 살면서도 늘 미래를 내다보며 외쳐야 합니다. 그 어떤 절대 권력이나 폭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기에 언제나 박해와 수모는 필수입니다. 그러기에 삶은 늘 춥고 배고픕니다.

 

    엘리야와 세례자 요한의 삶은 여러모로 흡사합니다. 둘 다 거친 낙타털옷을 걸치고 다녔습니다. 극단적 청빈과 진실한 삶, 거울처럼 투명한 바른 생활을 통해 참 예언자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엘리야는 아합 왕과 이세벨을 대항해서 투쟁했었는데,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 왕과 헤로디아의 그릇된 행실을 정면으로 공격합니다. 엘리야가 횃불처럼 타오르며 뜨거운 열정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했듯이 세례자 요한은 자기 뒤에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을 남김없이 소진시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아주 구체적인 표현을 통해 메시아 오심을 선포하셨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예언자들이 가리키는 이정표 끝에 서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백성들의 몰이해와 불신은 결국 세례자 요한의 참수, 그리고 메시아에 대한 사형언도로까지 연결됩니다.

 

    보시다시피 예언자로서의 삶, 어쩔 수 없이 고독합니다. 원치도 않았는데,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예언자로 부르십니다. 그리고 사명을 주시는데 때로 죽기보다 힘든 숙제입니다. 완전 귀먹은 백성들을 향해, 이미 물 건너 간 사람들을 향해, 다시 돌아오라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해야만 합니다. 거듭되는 외침에도 사람들의 몰이해, 그로 인한 박해는 계속됩니다. 결국 외로운 투쟁을 거듭하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예언자들의 죽음은 절대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의 결과 하느님의 구원 사업이 이 땅 위해 성취된 것입니다. 예수님을 통한 인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이란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데 예언자들이 흘린 피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한 존재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 소멸되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그런데 그 일이 이제 우리에게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을 엘리야-세례자 요한-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엘리야-세례자 요한-예수 그리스도처럼 자신 안에 생명의 불꽃을 간직한 사람들은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비록 육체는 이 세상에서 자취가 사라지지만 영혼은 더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장 비인간적인 시대, 가장 참혹했던 시대를 살았지만 결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끝도 없는 박해와 몰이해,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하느님의 나라가 반드시 도래할 것임을 설파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예수님을 통한 사랑과 정의의 하느님 나라가 이 땅위에 완성되었습니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 잔을 마시더라고

    제자들의 배반과 도피 속에서

    백성들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

    아니, 볼꼴 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구상, ‘그분이 홀로서 가듯’)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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