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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11 조회수378 추천수4 반대(0) 신고




어찌 기뻐하지 않겠는가?

 

 

대림 3주일은 기뻐하라 주일입니다.

그래서 입당송부터 독서들, 화답송이 모두 기쁨을 얘기합니다.

입당송은 필리비서의 기뻐하라는 말씀을 인용합니다.

제 2독서는 테살로니카 전서의 언제나 기뻐하라는 말씀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뻐하라고 하는데

지금 우리 사는 세상은 기뻐할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기뻐할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거의 없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기뻐할 일도 점점 없는듯합니다.

손자를 얻고 가끔 그 손자를 보는 정도의 기쁨이 그나마 있겠지요.

 

그런데 세상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기에 우리는

세상에서 더 이상 기쁨을 찾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찾습니다.

그래서 필리비서의 입당송은 기뻐하라고 한 다음

“거듭 말하니, 주님 안에서 기뻐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무엇이 주님 안에서의 기쁨입니까?

손자를 얻은 기쁨은 세상의 기쁨이고 주님 안에서의 기쁨이 아닙니까?

대학을 붙은 기쁨은 세상의 기쁨이고 주님 안에서의 기쁨이 아닙니까?

사랑을 얻은 기쁨은 세상의 기쁨이고 주님 안에서의 기쁨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손자를 얻은 기쁨을 주님 안에서 누린다면 주님 안에서의 기쁨입니다.

대학 합격의 기쁨을 주님 안에서 누린다면 주님 안에서의 기쁨입니다.

사랑의 기쁨을 주님 안에서 서로 나눈다면 주님 안에서의 기쁨입니다.

 

기쁨이란 원하는 것을 갖게 되었을 때의 만족감인데,

원하는 것을 갖게 되었을 때 그것을

주님께서 주셔서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주님 안에서의 기쁨이고,

내가 성취하였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세속적인 기쁨입니다.

 

그런데 내 힘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하면 기뻐할 일만 있지만

내 힘으로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을 주님으로부터

거저 받아 갖게 되었다면 기쁨에 감사까지 더해집니다.

그래서 오늘 테살로니카 전서는 “언제나 기뻐하십시오.”라고 한 다음

“늘 기도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라고 합니다.

 

이때, 늘 기도하라는 말씀은 언제나 기뻐하라는 말과 같고,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것, 그것이 기도이고

주님께서 주신 그 모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것이 기도입니다.

 

이때, “언제나”와 “모든 일”은 같은 말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매우 편찮으신 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정말 모든 일에 언제나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오줌 한 번 시원하게 누고 방귀 한 번 시원하게 뀌는 것이

얼마나 기뻐할 일이고, 감사할 일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 새날을 맞이할 때 우리는 기뻐해야 하고,

그렇게 새날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왜냐면 그날이 그날이라면 지겹고 괴롭기만 하겠지만

매일이 새로운 날이 되면 매일 기뻐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도 기뻐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왜냐면 이 사람이 없다면 나는 얼마나 슬프고,

내일 이 사람이 내 곁을 떠난다면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그리고 설사 슬프고 고통스런 일이 생겨도 기뻐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그 일 자체는 우리에게 슬픔과 고통을 줄지라도

그 일 안에 동병상련하시는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를 수도 있지만

슬프고 기쁜 그 모든 일 안에 계신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뻐할 일 없는 이 세상에

구세주로 오실 하느님을 기다리며 기뻐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모든 일 가운데 이미 함께 계시는 하느님 때문에 기뻐합니다.

 

- 작은형제회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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