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자녀로서의 권한
23예수님께서 성전에 가서 가르치고 계실 때,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 24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희에게 한 가지 묻겠다. 너희가 나에게 대답하면,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해 주겠다.
25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그들은 저희끼리 의논하였다.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우리에게 말할 것이오. 26그렇다고 ‘사람에게서 왔다.’ 하자니 군중이 두렵소. 그들이 모두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니 말이오.” 27그래서 그들이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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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때 약 1개월 정도 반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께서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저에게 반장을 맡기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못했는지 한 달 후 예전 반장으로 교체되었습니다. 또 한번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선도부장을 맡겨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잘 못했는지 3개월 뒤 교체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때가 생각나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선생님께서 믿고 맡기신 일이기도 하고 또 기회나 권한이 주어졌을 때 잘 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된 우리한테도 하느님은 큰 권한을 주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에게 그 권한은 정말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세례를 통해 우리가 당신의 자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시고 예언직·사제직·왕직을 수행할 권한을 주셨던 것입니다.
감히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 권한을, 거룩한 제사에 참여할 권한을 그리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이것이 ‘직’, ‘직무’라고 표현되어 있어 책임이라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을 나타내는 은총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권한은 인간한테서 온 것이 아니며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부족하고 나약하지만 그 일들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 때 받았던 그 권한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열심히 말씀을 묵상하고 전하며, 거룩한 제사에 참여하고, 몸과 마음을 다해 봉사해야 합니다. 만일 그 권한을 소홀히 한다면 ‘모르겠소.’라고 대답하는 원로들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영춘 신부(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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