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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8일 대림 제4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18 조회수673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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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대림 제4주일-루카 1장 26-38절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말 못할 상황>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갈릴래아 지방은 당시 꽤나 변방이었는데, 나자렛이라는 동네는 갈릴래아에서도 낙후된 오지였습니다.

 

    예루살렘을 비롯한 다른 지역 사람들은 갈릴래아 지방을 엄청 깔봤습니다. 당시 어딜 가나 갈릴래아 사람, 하면 변변찮은 사람,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말과 동일한 뜻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예수님을 소개하자 예수님께서 나자렛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당시 사람들은 메시아 출현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아마도 성도 예루살렘이나, 아니면 제2의 혹은 제3의 도시에서 탄생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왕족, 아니면 적어도 당시 잘나가던 귀족 집안에서 당당하게 태어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가장 후지고 구린 동네 나자렛에서, 그것도 무척이나 가난한 가정에서, 소리 소문 없이, 무엇보다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렇게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메시아 탄생에 가장 크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여하신 마리아와 요셉이 맞이한 당시 상황은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마리아와 요셉이 꿈꾸었던 소박하나마 단란한 결혼생활은 완전히 물 건너갔습니다. 성령께서 뭔가 메시지를 전해주었지만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 앞에 펼쳐진 현실은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듯 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인해 너무나 황당하고 기이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두 사람은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누구에게 이야기하기도 그랬습니다.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침묵 가운데 묵묵히 하느님을 뜻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마리아와 요셉은 한 평생 자신들에게 주어진 참으로 난감한 상황 앞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늘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며, 늘 인간적 시각을 접고 하느님 편에서 바라보려고 숱한 노력을 했습니다.

 

    말 못할 상황 앞에서, 누구에게 속 시원히 터놓고 말도 못하며 한 평생을 살아가신 마리아와 요셉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 한 가지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장대비가 퍼붓는데 우산도 없이 실성한 얼굴로 혼자 중얼거리며 지나가면, 미쳤구나, 할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뭔가 큰일을 당했구나, 정말 가슴 아픈 사건을 겪었구나,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는가,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성모송이라도 한번 해드려야겠다는 생각.

 

    누군가가 허공에다 대고 크게 악다구니를 외쳐대면, 누군가가 크게 튀는 행동을 하면, 누군가가 관계 안에서 정신없이 좌충우돌하고 있으면, 강경한 초기진압도 좋고 적극적인 개입도 좋지만 그의 말 못할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겠다는 생각. 그를 위한 정성스런 기도와 배려와 대화가 더욱 중요하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은 한평생 정말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 사이에서 힘겹게 살아가셨습니다. 결과 이해하지 못할 이웃들에 대한 큰마음과 배려와 사랑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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