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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18일 야곱의 우물- 루카1,26-38 /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18 조회수317 추천수1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26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시작기도
오소서 성령님, 어머니 마리아의 태도로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게 하소서.

세밀한 독서(Lectio)
주님의 탄생을 일주일 앞둔 오늘 우리는 말씀에 귀 기울이는 마리아의 심오한 태도를 눈여겨보도록 초대받습니다.

예기치 않게 “은총이 가득한 이여”(루카 1,28)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를 받고 마리아는 당황합니다.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갑작스런 일이라 혼란스러워진 것이지요. 그러나 이 인사가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합니다.”(29절, dialogi,zomai) 이 단어는 그냥 단순히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누군가와 의논하는 자세입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이 단어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 특히 가르침을 낳는 대화를 의미했습니다. 무엇인가 의심하는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나눔으로 배우게 되기 때문이지요. 신약성경에서 이 단어는 서로 논쟁하는 맥락에 자주 사용되지만 하느님이 아버지로서 자녀를 훈련하기 위한 권고로도 사용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자녀로 대하시면서 내리시는 권고를 잊어버렸습니다.”(히브 12,5) 이런 용법은 이 단어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를 의미했던 칠십인역 용법에서 비롯됩니다.

마리아는 이스라엘 백성이 늘 그래왔듯 혼자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 앞에서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고 그분의 말에 귀 기울입니다. “내 백성아,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 입이 하는 말에 너희 귀를 기울여라.”(시편 78,1)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올 때 인간의 유일한 피난처는 아버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말씀에 젖어 있는 여인인 마리아(루카 1,46-55 참조)는 하느님과의 대화 중에 천사가 말한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아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리아가 하느님의 계획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하느님의 총애”(30절)를 받은 존재가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 자신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어서 가브리엘은 메시아 신탁(이사 7,14; 9,6; 2사무 7,14.16)을 가지고 마리아를 통해 태어날 아기가 이스라엘이 기다리던 메시아라고 말합니다.(루카 1,31-33) 그러나 마리아가 하느님의 총애를 입었음에도 자신의 인간적인 처지를 보며 주저하자(34절) 천사는 그 아기의 잉태가 성령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35절) 예수님의 이런 탄생은 놀라운 것입니다. 구약에는 아이를 갖기에는 이미 늙어버린 부모가 아이를 낳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창세 21,1-7; 1사무 1,1-28) 그러나 동정녀가 아기를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드님을 태 안에 갖게 된 것은 성령이 마리아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마리아를 ‘덮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덮다’라는 말은 구약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힘을 상징하는 ‘구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시편 91,4; 탈출 40,35) 신약성경에서 성령은 자주 ‘내려오신다.’라고 표현됩니다. 성령이 인간에게 내려오면 그 어떤 인간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성령이 내려오자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은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사도 1,8)
마리아는 일단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자 의심과 두려움 없이 자신을 온전히 그분께 내맡깁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루카 1,38)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길을 자유롭게 선택한 이유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37절)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가난하고 비천한 자신 안에 ‘말씀’을 낳으실 수 있는 하느님의 전능을 믿은 것입니다. 이제 마리아는 이 믿음 때문에, 행복선언의 주인공이 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1,45) 오늘 복음의 진정한 의미는 한 가난한 여인이 자유롭게 “예!”라고 하느님의 계획에 동의함으로써 하느님의 아드님인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머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묵상(Meditatio)
“마리아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입니다. 마리아는 가난한 마음과 빈손으로 하느님 앞에 있으니, 하느님께서 그분의 존재 자체로 마리아를 충만케 해주십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시선으로 자신을 봅니다. 마리아에게는 추호도 자만의 기색이 없고, 자기 자신한테로 돌아가는 법도 없으며, 무게 중심이 진정 하느님께 있습니다. 이는 바로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라는 칭호의 의미이기도 합니다.”(장 라프랑스)

기도(Oratio)
저는 주님의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 제 입으로 당신의 성실을 대대로 전하오리다.(시편 89,2)

 

임숙희(가톨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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