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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에 대한 짧은 생각] 20111218
작성자김용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18 조회수324 추천수0 반대(0) 신고
2011년 12월 18일 대림 제 4 주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그때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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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탄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성탄 일주일 앞에 우리는 열달 전 한 소녀가 하느님의 뜻 앞에 놓여진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에게 전해질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취할 수 있을까요? 아직 세상도 잘 모른다 이야기를 들을 나이의 어린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말씀이 닿았을 때 일어난 이야기는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두고 어떤 모습인지 비교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펼쳐집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앙적인 인사말과 비슷한 천사의 인사는 닮아있습니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인사를 하지만 우리의 인사는 우리가 신앙인임을 드러내는 습관과 같이 사용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인사말은 천사가 행운을 얻은 이에게 전해주는 축복의 인사가 아닌 이미 하느님의 사랑 속에 있는 이에게 전하는 사실에 대한 증언이었습니다. 현재부터 미래에 대한 인사가 아닌 이미 시작된 과거의 모든 삶도 함께 포함한 인사입니다.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사람에 대한 인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나누는 인사처럼 마리아 역시 이 인사로부터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하느님은 이미 준비하시고 우리에게 언제나 함께 하시지만 우리는 그분의 인사를 받는 순간부터 생각을 시작하고 맙니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 고민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것과 상관 없이 하느님의 일은 언제나 우리 안에서 일어납니다. 천사의 말도 인사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있는 그대로 쏟아냅니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예수님 탄생 예고입니다. 하느님이 자신을 사랑하시고 총애하셔서 이루실 앞으로 일어날 놀라운 일들이 일컬어집니다. 놀라움의 연속인 성탄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들의 놀라움에 경직되어 환상적인 미래에 대한 무조건 복종으로 응답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마리아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 잘 압니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마리아의 질문에 천사의 모든 환상은 그 자리에서 한 사건으로 정리되고 맙니다. 그 모든 좋은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가 아니라 '왜 내가?' '어떻게 나에게'가 질문의 초점입니다. 이 고민은 어쩌면 천사의 인사 때부터 시작된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어떻게 하느님의 은총 속에 있는가? 이미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모든 것이 선하고 화려하고 대단하기만 하지만 그것을 담을 그릇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는 마리아의 고민과 질문은 우리가 기대하는 성탄을 담아내는 가장 작고 투박한 그릇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의 일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 몫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멈춰버린 한 소녀의 가장 솔직한 물음입니다.

천사의 대답도 그분의 오심과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소녀의 진짜 궁금함을 풀어줍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하느님이 하실 일에 의심을 품지 않고 오히려 부족한 자신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고백하는 이 어리고 순수한 사람의 질문은 하느님의 오심에 대해 욕심에 가까운 경외를 품고, 그 주인공에 대해 부러움을 지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것을 보여줍니다.

더 이상 하느님의 일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오히려 그 큰 일을 담을 이 작은 그릇의 소중함을 하느님이 알고 계시며 그렇듯 쓰실 것이라는 천사의 설명은 사람을 설득시킴이 아니라 안심 시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 작은 그릇이라도 하느님은 세상을 구하실 일에 쓰시길 부족함 없다 생각하신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 사람은 이미 쓸모 없게 되어 버린 인생도, 아직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인생도 없다는 천사의 이야기에 이 한 소녀는 대답합니다. 아직 그녀에게 어울리는 대답도 아니고,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대답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기쁘게 나서는 대답으로 하느님의 오심은 하느님의 일만이 아닌 그 하느님의 충실한 종의 역할과 함께 세상을 구하게 됩니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상태의 사람과 하느님의 만남은 이렇게 강렬하게 끝이 납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모습은 이 어린 소녀에게서 모두 드러났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모르는 이, 그러나 하느님의 뜻에 어떤 의심도 없는 이,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만을 말하는 이는 성서 속에 충실했던 모든 종들의 공통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떠났던 사람에게서 사람을 되찾으심이 구원의 내용이라면 그 첫걸음에 서 있었던 마리아는 이미 하느님께서 찾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의 첫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모습에서 세상 구원의 발판이 되었던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기 보기 때문입니다. 멸망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희망이었던 노아와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이 주신 것을 알았던 아브라함, 도망자이기도 했던 모세, 아이이기만 했던 사무엘, 가장 보잘 것 없는 양치기 소년이었던 다윗의 모습이 이 여린 마리아에게서 모두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만났던 그 모든 이들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종으로써 그분의 일에 단 한 걸음의 걸림돌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주님이 오십니다. 가장 작은 그릇인 어머니에게서 가장 큰 사랑이 탄생합니다. 그분의 오심이 비록 마굿간의 구유였으나 그것이 그리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 소중한 그릇이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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