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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울 속의 그 사내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19 조회수425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그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다.
예수님께서는 그들 마음속의 생각을 아시고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곁에 세우신 다음,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와 함께 스승님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막지 마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루카 9:46-50)
 
 누구나 망상(妄想, neurosis)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우리들의 깊은 곳 어디엔가 모든 망상의 산실(産室)이 있음에 틀림이 없다. 사람들은 이를 알고 싶어 했고 ‘자아(自我, ego) 또는 ‘거짓 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거짓 나’는 ‘참 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에 대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누구나 자신 안에는 두 개의 ‘나’를 갖고 있게 된다. 첫 번째 ‘참 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피조물에 의존하여 사는 ‘나’이다. 그리고 세상의 사람 수보다 더 많은 생명체가 나의 몸 안에 ‘참 나’와 다른 DNA를 갖고 있다. ‘참 나’는 그들의 행성(行星)이고 그들이 넘지 못하고 건너지 못하는 높은 산이고 깊은 강이다. 그들은 ‘나’에게 의존하고 있고 ‘나’도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내가 그들을 다 죽게 하면 ‘참 나’도 곧 죽게 된다.
 
 이는 ‘거짓 나’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이 ‘거짓 나’는 세상에 자기 혼자만 있다고 생각하며 오래 전에 어머니에게서 얻은 것은 제외하고 그가 얻는 것은 모두 자신이 노력하여 얻는다고 생각한다. 그는 고군분투하여 혼자서 모든 것을 얻으며 자신 안밖에 있는 수많은 피조물에 관한 이야기는 까맣게 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아무 잘못 없이 잘하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려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는 채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 한다.
 
 오늘 복음을 보면 우리 모두와 같이 예수님의 제자들도 같은 망상을 했다. 그들은 제자들 가운데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을 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 아이를 하나 데리고 오셔서 어린이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당시에는 어린이를 본보기로 생각하기는커녕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다. 우리도 어린이처럼 하찮은 존재가 되어야 비로소 타자 중에서 ‘참 나’의 가치를 알게 된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에고가 있다. 자기 중심적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게 되면 자신의 마음이 아프고 슬프기에, 사랑하는 이가 다치고 마음 아파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아프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랑이 아니라 자기 만족이고 자기 방어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사랑하는 것에 위협되는 모든 것을 미워하고 배척하며, 나아가서는 그런 위협으로 사랑하는 것이나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인과 폭력마저도 서슴지 않게 된다. 자기소유화의 집착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의 폭력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자기사랑의 극단적 표현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야말로 참사랑의 왜곡이며 자식 사랑이란 미명(美名) 하에 이어져가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음을 결코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쁜 교육이나 나쁜 버릇은 부모로부터 비롯되며 세례를 받을 때 ‘마귀를 끊습니까?’하는 질문 중의 ‘마귀’에 해당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귀가 되어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우리 인간은 아무도 참사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느님과도 하나가 되지 못함은 물론 어떤 사람과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에고를 버리지 못하여 결국엔 기복신앙을 믿게 되고 하느님께서는 구원해주시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고 혼자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미국의 작곡자이고 작가였던 피터 데일 윔부로 시니어(Peter Dale Wimbrow Sr., 1895–1954)는 자신의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려면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을 보라고 했다. 자신의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마귀 같은지 자애로운 얼굴인지 똑똑히 보아야 한다. 
 
<거울 속의 그 사내(Man in the glass)>
            피터 데일 윔부로 시니어
 
자아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 끝에 원하는 것을 얻어
세상이 당신을 하루 동안 왕으로 군림하게 했을 때
바로 거울 앞으로 가 자신을 바라보라
그리고 거울 속 그 사내가 하는 말을 주목하라.
 
그 얼굴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도 아니니
그들의 판단을 흘려버려라.
당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평결을 내리는 자는
거울 속에서 뚫어져라 보고 있는 그 사내이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그 사내를 기쁘게 하라.
왜냐하면 끝까지 당신과 함께 가 줄 사람이니………
만약 거울 속의 그 사내가 전혀 낯설지 않다면
이제 위험하고 어려운 시련은 거의 끝났다.
 
인생의 여정에서 온 세상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고
스치는 사람들로부터 격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거울 속에 비친 그 사내를 속였다면
당신에게 최종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고통과 눈물뿐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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