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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25 조회수588 추천수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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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요한 1장 1-18절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가장 밑에서 시작하신 하느님>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 정말 불가사이한 일,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 해도 해도 너무한 일,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우리네 인생 내내 평탄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이리저리 부딪치며 상처투성이뿐인 인생입니다.

 

    누구든 따지고 보면 억울한 일이 한 두 가지씩 있습니다. 다들 이런 하소연 한 두 번씩 던지며 살아가고 계시더라구요.

 

    하느님께서 우리 인생길을 다리미로 주름 펴듯이 쫙 한번 펴주시면 좋겠는데, 어찌 그리도 꼬이고 꼬입니까?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시라면서 어찌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이해하지 못할 십자가를 지게 하십니까?

 

    우리를 축복하시는 하느님께서 왜 나를 번듯한 가문에서 ‘꽃미남’ 아버지, 신사임당 같은 어머니를 둔 ‘짐승남’으로 태어나지 하지 않으시고, 이리도 구린 한 평생을 살게 하십니까?

 

    내 아들, 내 딸은 왜 김연아, 박지성 선수 같지 않고 저렇게 지지리도 못났습니까?

 

    왜 이토록 혹독한 시련, 정말 이해하지 못할 사건, 정말 함께 하기 힘든 이웃들을 끝도 없이 보내주십니까? 정말 알 수 없는 하느님이십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하느님 존재 자체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그분의 탄생을 한번 보십시오. 그분 앞에 불가능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데, 그렇다면 이왕 구중궁궐 안 가장 따뜻하고 안락한 방에서, 내놓으라는 명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전하게 탄생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기 바람 숭숭 들어오는 마구간에서 탄생하셨습니다. 만왕의 왕께서 동물들 사이에서 태어나신 것입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그분의 죽음을 한번 보십시오. 전지전능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말씀 한 마디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셨는가 하면, 손가락 하나로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릴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무수한 추종자들과 함께 적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성도 예루살렘, 천년 왕국 이스라엘을 건설했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이룬 후 천수를 누리다가 모든 백성의 감사와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서른세 살 그 젊은 나이에, 사형방법 중에 가장 극형인 십자가형에 처해 정말 눈뜨고 바라볼 수 없는 몰골을 한 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탄생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자렛의 숨은 생활, 그리고 예수님 삶의 절정기였던 공생활, 이어지는 수난의 시기와 죽음, 그 어느 것 하나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생애는 인간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생애, 결국 하느님이란 존재는 인간의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한 일로 고생 많은 우리들을 위해 오셨습니다. 만왕의 왕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게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나보다 더 억울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나보다 더 밑바닥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결국 아기 예수님의 탄생, 하느님의 육화강생은 억울한 일, 이해하지 못할 일,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로 힘겨워하는 우리들을 위한 성탄인 것입니다.

 

     가장 밑바닥 탄생을 통해 적당히 밑바닥인 우리를 위로하시는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가장 밑에서 시작하심을 통해 이류, 삼류여서 억울해하는 우리에게 자신감과 힘을 주시는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셨던지 자신의 키를 낮추셔서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 그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하느님의 사랑에 깊은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성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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