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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웃으며 인사하기 /최강 스테파노신부
작성자오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27 조회수671 추천수15 반대(0) 신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컴컴한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앞에서 차 한 대가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오다가 앞에 주차돼 있던 차를 살짝 들이받는 소리가 들렸다. 운전자가 어떻게 처리를 하나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었다. 험상궂게 생긴 젊은 친구가 창문을 내리더니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댔다.

“뭘 봐? 봐서 뭐 어쩌려고?”
“아니야, 난 네 일에 관심 없다.”

행여 이상한 시비에 휩싸일까 싶어 관심 없다는 듯 연신 허공에 손을 내젖고는 내 갈 길을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20대 초반에 길 가는 여대생을 추행하던 불량배들을 상대로 싸우다가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몸은 좀 불편했을지 몰라도 마음은 참 편안했었는데...... 이제는 어느새 불의를 보고도 내 몸을 먼저 사리는 그런 나이가 돼 버렸나 싶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집 앞 정류장에서는 나 말고도 유모차를 끄는 한 애기 엄마가 내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얼른 먼저 내려서 차 밖에서 유모차를 들어주었을 때 유모차 안에 있던 어린아이하고 눈이 마주 쳤는데 방긋 웃는 그 놈의 표정이 얼마나 귀엽던지 신기하게도 그 웃는 표정 하나가 그 때까지의 언짢았던 기분을 싹 날려버렸다.

그 뿐만 아니라 그 녀석의 엄마가 ‘그라찌에grazie(고마워요)’하고 제 놈 머리 뒤에서 내게 인사를 하니까 그 놈도 덩달아서 똑같이 ‘그라찌에, 챠오ciao(안녕)’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아직 유모차를 타는 어린 녀석이 벌써 인사를 알까? 버스에서 자기를 내려 준 내게 방긋 웃으면서 그 조그만 ‘주댕이’를 오물거리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다니, 세상에 이 보다 더 예쁜 놈이 어디에 있을까? 그 놈이 방긋 웃으면서 건넨 인사 한 마디가 순식간에 괴롭고 불편했던 내 마음 속을 기쁨과 평화로 가득 채워 놓았다. 그 날 밤 잠자리에 들어서까지도 그 녀석의 미소와 인사를 떠올리면서 나는 행복해했다.

주위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향 좋은 국화 한 다발을 선물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남편을 위해서라면 그가 좋아하는 책 한 권 골라서 가을 낙엽을 끼워줄 수도 있겠다.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늦은 밤 공부에 지쳐 어깨를 축 들어뜨리고 집에 들어왔을 때 책상 위에 놓여진 그들이 열광하는 가수들의 공연 티켓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일도 있을 것이고, 오랜 친구들에게는 불쑥 전화를 걸어 ‘사무치게 그립다’는 고백을 해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매일 하고 살 수는 없다. 이런 일들은 아주 오랜만에 한 번쯤, 그야말로 사랑하는 상대로 하여금 일상을 벗어나 깜짝 놀라게 하는 기쁨을 안겨주고 싶을 때, 혹은 상대가 매일 바뀌는 '선수'들의 '행사'로서 적합한 것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는 방법 중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그것도 힘 하나 안들이고 손 쉽게 주위 사람들을 기쁘고 평화롭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보다 먼저 밝게 웃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일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지위의 높고 낮음도 떠나서, 그 밖에 모든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간관계를 떠나서 그저 상대보다 먼저 밝게 웃는 낯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일.

이 일은 비록 아주 작은 일이지만 각박하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당신의 세상이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새 세상으로 바뀌는데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실행에 옮겨보라. 당신의 무표정이나 찡그린 낯, 그리고 무뚝뚝하고 거친 말투 대신에 밝게 웃는 표정으로 친절한 인사를 건네면서 당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 특별히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라. 당신의 마음이 먼저, 그리고 당신의 가정과 당신의 세상이 기쁨과 평화로 충만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지혜 있는 사람인가? 사리를 알아 제대로 풀이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찡그린 얼굴을 펴고 웃음을 짓는 사람이 지혜 있는 사람이다.”(코헬8,1)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http://cafe.daum.net/frchoi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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