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사제 없는 주일 예배(공소 예절) 주일은 주 예수님께서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날이고 미사는 그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는 잔치입니다. 그러므로 전례주년 전체의 핵심이 주일이고, 주일의 심장은 미사입니다. 주일 미사는 교회 전체와 각 공동체의 뿌리이며 자신이 누군지를 밝히는 신분증입니다. 그러나 시대와 지역에 따라 항상 주일 미사가 보장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사제가 부족하여 주일 미사를 거행하지 못하는 공동체들이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같은 선교 지역, 여러 형태의 종교 박해가 진행되는 지역, 유럽이나 북미처럼 세속 물결이 센 지역들에서 사제가 모자랍니다. 또한 경제 사회 활동의 분야가 다양해지고 해외 이주가 활발해져 다양한 공동체들에 더 많은 사제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교회에도 사제가 없는 신자들의 공동체, 곧 공소가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공소로 시작하였고, 오랫동안 주일 미사가 제대로 없는 공소 시대를 겪었습니다. 사정이 바뀌어 여러 공소들이 본당으로 승격하거나 본당으로 흡수되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공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교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교구들에는 540여개의 공소가 있습니다. 광주대교구와 전주교구에는 80개 이상, 안동교구에는 본당보다 더 많이 60개가 넘는 공소가 있습니다. 공소들은 “한마음 한 뜻의 공동체”(사도 4, 32)를 기억시키는 “밭에 묻힌 보물”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사제가 상주하는 본당에서도 사제가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거나 아프거나, 또는 피할 수 없는 다른 상황 때문에 주일에 미사를 거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미사를 주례할 사제가 없을 때에는 다른 데서 손님 사제를 데려오거나 교우들이 미사가 있는 다른 성당에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해결책이 어려울 때 사제 없는 주일 예배(=공소 예절)를 거행합니다. 교황청은 사제 없는 주일 예배의 기준과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사제 없는 주일 예배”, “구원의 성사”). 기본으로 영성체 있는 말씀의 전례 형태입니다. 여기에는 그날의 독서들과 함께 시간전례(성무일도)의 아침기도나 저녁기도도 권장합니다. 공소 예절은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채우지만 미사는 아니야 문헌들은 공소 예절을 주일 미사에 대한 갈망을 키우는 “임시 형태”라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주일 예배 21; 구원의 성사 164-166). 관련 지침들이 성직 중심의 시각과 유럽 교회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다른 지역 교회 현실에 곧바로 적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주교회의와 교구장들이 할 일이 그 만큼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일 미사가 그렇듯 공소 예절도 언제나 우리와 인류 가족 전체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를 드립니다. 공소 예절에도 미사와 비슷하게 주님께서 실제 현존하십니다. 교우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함께 모여 기도하며, 하느님 말씀이 선포되고, 성체를 모시기 때문입니다. 공소 예절은 주일과 의무 축일 주일 미사 참여 의무를 채웁니다. 그러나 공소 예절은 미사가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미사”가 될 수 없고 미사라는 말을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지향으로도 어떤 형태로도 미사 예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사에 고유한 예물 봉헌과 감사송을 포함한 감사기도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주일 예배 35). 제대도 성체 분배를 위해 성체를 모셔 놓기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주일 예배 40). 부제는 사제의 협력자로서 공소 예절을 주례할 있습니다. 그는 거룩한 품의 힘으로 교회의 공적 기도를 주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제는 인사, 기도, 복음 선포, 강론, 성체 분배, 강복과 파견을 합니다. 또 자신에게 고유한 전례 의복, 곧 장백의를 입고 영대를 메고, 필요에 따라 부제복을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제단 안에 있는 주례석(사제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주일 예배 38). 사제와 부제가 없으면 준비된 평신도가 예배의 진행을 맡습니다. 곧 기도를 인도하고, 말씀 전례에서 봉사하며, 성체를 분배합니다(주일 예배 30). 시종, 독서자를 비롯하여 공동체 지도자나 선교사, 교리교사, 수도자 또는 다른 봉사자들이 예배를 이끕니다. 남녀 신자들은 세례와 견진의 힘으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다만 한 사람이 거행 전체를 맡지 말고 여러 신자가 나누어 맡을 것을 권장합니다(주일 예배 40). 평신도는 사제나 부제에게 유보된 말을 쓸 수 없습니다. 미사와 혼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보기를 들면, 사제나 부제가 하는 인사 양식(“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과 강복 양식을 사용하지 않습니다(시간전례서 총지침 258). 예절 인도자는 그 예절에 맞는 품위 있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주교가 정했으면 장백의를 입을 수 있습니다. 남녀 수도자들은 보통 수도복을 입습니다. 평신도 인도자의 자리는 제단 밖에 신자들에게 잘 보이는 곳에 놓습니다. 주례석(사제석)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례석은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사제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예식의 기본요소는 말씀의 전례와 “감사 찬미”, 영성체 예식에서는 언제나 교회의 인준을 받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례서만 써야 합니다(미사 경본, 독서집, 시간전례서, 기도서). 기본 요소는 말씀의 전례와 “감사 찬미”와 영성체입니다. 시작 예식에는 십자 성호, 시작 권고, 참회 예절, 본기도가 있습니다. 말씀 전례에서는 미사와 같이 독서집에서 그날의 독서들과 화답송과 복음환호송을 가져옵니다. 이어서 설교나 침묵의 시간이 있습니다. 설교로는 본당신부가 작성한 주일 강론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교우들이 미리 준비하여 묵상이나 신앙 증언을 나누는 것도 큰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신경과 신자들의 기도를 바칩니다. 신자들의 기도는 미사 경본에 실린 기준을 따라 바치지만(총지침 69-71) 사제성소를 위한 지향과 있다면 교구장이 정한 지향을 포함시킵니다. 공소 예절의 중요한 요소로 하느님의 영광과 사랑을 찬양하는 “감사 찬미”가 있습니다. 미사의 감사기도와 분명히 구분되기 때문에 감사송과 감사기도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편, 찬미가나 찬가, 호칭기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공소들에서 사용하는 “찬미기도”와 “미사 성제에 합함” 기도가 여기에 속합니다. 진행자와 교우들 모두 제대를 바라보고 서서 바칩니다(주일 예배 45). 이 기도는 신자들의 기도나 성체 분배 뒤에 바칠 수 있습니다. 또는 성체를 제대에 모셔 놓은 다음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 전에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감사 찬미”는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지향합니다. 영성체 예식은 “미사 밖 영성체 예식”을 따릅니다. 이때 평화의 인사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주일 예배 48). 영성체와 미사와 연결을 드러내기 위하여 그날 다른 성당에서 축성한 성체, 또는 그곳의 마지막 미사에서 축성한 성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주일 예배 47). 영성체 뒤에는 미사 때처럼 찬미와 감사의 성가를 부르고 침묵의 시간을 갖도록 권장합니다. 마침 예식에서 공지사항을 전할 수 있습니다. 곧 자기 공동체와 소속 본당 활동에 관한 계획이나 결과, 주간에 오는 축일과 특별한 전례 행사에 관하여 말합니다. 또한 교회와 가난한 사람을 위한 헌금을 거둘 수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0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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