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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31일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12-31 조회수556 추천수1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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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요한 1장 1-18절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사제서품이나 서원 은경축, 금경축 같은 곳에 가보면 주인공들께서 꼭 빼놓지 않고 하시는 말씀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지나온 세월, 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오늘, 한해의 마지막 날, 우리 역시 똑같은 고백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온 한해, 돌아보니 모든 것이 다 은총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듬뿍 받았던 요한복음 사가 역시 2010년 마지막 날 복음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 모두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에 ‘은총’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우리가 받은 은총 이면에는 지난 한해 우리가 되풀이했던 실패와 좌절, 아직도 풀리지 않는 문제와 고민거리들, 근심걱정, 죄와 후회거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오늘 이 한해의 마지막 날은 우리 모두 한 가지 밀린 숙제를 해결하는 날입니다. 그 숙제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우리 삶의 어두움들, 아직 처리되지 않은 약점들, 부정적인 측면들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나약함과 미성숙으로 인해 생긴 부산물들을 모두신께 맡기기를 원하십니다. 더불어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지니고 왔던 모든 근심걱정, 불평거리들, 실패의 쓰린 기억들, 뒤집어썼던 재들을 송두리째 당신 앞에 내려놓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한해를 마무리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모든 것을 당신께 내어맡기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머리에 빛나는 화관을 하나씩 선물로 씌워주실 것입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린 자녀들을 키워보신 분들 생생히 기억나실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 조금 자라 기어 다니던 아기들, 까르르 웃으며 홀로 서던 아기들을 바라보던 마음이 어땠습니까?

 

    아기에게 무슨 사고나 생기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너무나 작고 귀엽습니다. 부모로서 잘 양육해야겠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자연스런 보호본능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늘 끼고 다니지요. 늘 품에 안고 있습니다. 잠시라도 밖에 나갈 때면 등에 업고 다닙니다. 한 인간으로 당당히 설 때 까지 잘 돌보기를 원합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도 비슷할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어른이어도, 우리가 덩치가 산만한 장정이어도, 하느님 그분 앞에는 갓난아기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끔찍이도 사랑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 앞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사랑스런 존재인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친히, 당신 손으로 우리 각자를 돌보시기를 원하십니다. 모범적이고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데 아기가 부모의 돌봄을 거부하고 계속 어깃장을 놓거나 울어대고 그 사랑을 거부한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마음이 상하겠습니까?

 

    우리가 그분의 돌봄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분 앞에 우리의 모든 근심걱정을 맡겨드린 다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죄인이어도, 비록 우리가 실패했어도, 비록 우리가 불효자이어도 그분께서는 우리를 애지중지하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며, 재를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끝까지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랑을 주고받습니까? 존재 자체로 사랑합니다. 그가 실직해도 사랑합니다. 그가 암에 걸려도 사랑합니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해 처참한 모습이어도 그를 사랑합니다. 큰 화상을 입어 그의 옛날 모습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도 그를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부족해도, 우리가 죄인이어도, 우리가 당신을 백번 천 번씩이나 배반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존재 자체로 사랑합니다.

 

    이 한해의 마지막 날 우리가 어떠해도 상관없이 우리 존재 자체로 기뻐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갖은 우리의 죄와 상처와 방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머리 위에 빛나는 화관을 씌워주시기 원하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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