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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생활의 개인주의화
작성자박승일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2 조회수530 추천수2 반대(0) 신고
신앙생활의 개인주의화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성찰-5]
 
2011년 12월 30일 (금) 17:01:53 박동호 .
 

   
▲ 박동호 신부.
모든 인간의 존엄함은 절대적이다. 당연히 한 개인의 존엄함 역시 그 무게를 측량할 수 없다. 어떤 이(프란츠 파농)는 한 사람의 영혼의 무게와 깊이는 우주보다 바다보다 무겁고 깊다고 했다. 개인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성경과 교회는 개인을 독립적 존재로 이해하지 않는다. 신앙의 언어로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은 존재로, 세상의 언어로는 타인과 사회와 관계를 맺은 인간, 곧 관계의 인간으로 인간을 이해한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백성으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하고, 신약성경은 줄기차게 ‘이웃’을 강조한다. 분명히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관계를 배제한 모나드(단자)로서의 개인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지나치게 개인주의화되었다. 게다가 기복적이기까지 하다. 기복적이라도 공동체의 복을 바라는 것이라면 그나마 바람직하다 하겠다. 이 ‘기복’이라는 것도 자신 혹은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자신과 이해관계로 인연을 맺은 이들의 복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이 같은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거론하기 거북하지만 두 가지만 이야기해보자. 우선 우리나라의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다. 예수님께서 재림하셔도 해결하지 못할 사회문제가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우리의 교육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투기 문제란다.

입시철이 되면 전국이 몸살을 앓는다. 사찰이며, 예배당이며, 성지며 성당이며, 유명한 산이며 할 것 없이 자녀의 수능을 앞둔 부모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물론 겉으로는 최선을 다하라는 정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안타깝게도 속내는 고득점이다. 정성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속살은 철저한 개인주의와 이기심이다.

교육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려는 뜻을 모으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이기심과 개인주의 앞에 이 상식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백번 양보해서 만일 보통의 평범한 부모의 간절함을 이해하고 존중하더라도, 교회든 성당이든 사찰에서든 이른바 ‘00일 기도’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묵인한다. 사실상 조장이 아닌가! 자식 사랑이야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내 자식 소중하듯이 남의 자식 소중하다는 것쯤 누군들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교육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공동의 의지와 뜻을 모으라고 인도하고 격려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까. 그럼에도 개인주의화된 신심은 그런 식으로 점점 강화된다.

다른 예를 우리는 미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교우들에게 미사에 참여하여 무엇을 기도했는지를 물어보라. 우리가 애용하는 매월 발행하는 ‘매일미사’에는 보편지향기도가 실려 있다. 물론 각 공동체가 나름대로 공동체의 지향을 담아 바치는 것이 좋다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그대로 하거나 약간 고쳐서 사용하는 형편이다. 그 내용은 거의 대부분 공동체의 선익을 위한 것들이다. 그러나 미사를 마친 다음에 교우들에게 오늘 우리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하느님께 바친 기도가 무엇인지 기억하는지를 물어보라. 필자의 경험으로 그 지향과 내용을 기억하는 교우들은 거의 없다. 그 대신 자신의 개인적인 청원만을 마음에 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이 마음 쓰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미사가 실제로는 공동체의 제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신앙의 개인주의화는 그 배경에 교회와 세상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교회가 세상 안에 있는 실재임을 인정하더라도 고립된 실재쯤으로 인식한다. 세상 다른 분야와 구별되더라도 대조사회로서의 교회라기보다는 이 세상을 초월하는 실재 정도로 본다.

박동호 신부(서울 신정동본당,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지난 12월 9일 수원 권선동 수원대리구청에서 ‘교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주제로 ‘사회교리주간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성찰'이라는 주제로 교회의 대형화, 중산층화, 세속주의화 등을 다루면서 교회의 정체성을 세상 안에서 찾아가는 길을 모색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는 여기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싣는 차례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

1. 200 주년 사목의안 - 교회의 대형화
2. 200 주년 사목의안 - 교회의 중산층화
3. 200 주년 사목의안 - 교회의 세속주의화

4. 성경의 사유화(私有化)
5. 신앙생활의 개인주의화
6. 세상 안의 교회, 세상을 초월한 교회 - ‘지금 여기’ 대조사회로서의 교회
7. 여가활동으로서의 신앙
8. 외면하는 사회교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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