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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어린양 - 1.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3 조회수453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2.1.3 주님 공현 전 화요일 1요한2,29-3,6 요한1,29-34

 

 

 

 




하느님의 어린양

 

 

 

 

오늘은 '하느님의 어린양'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묵상 중 퍼뜩 떠오른 분이 지난 해 12.30일 타계하신,

뼛속까지 애국자이자 민주주의자였던 김근태 즈카리야 형제였습니다.


지난 밤 내내 동시대를 살았던 형제를 생각했고 빚진 무거운 마음에

오늘 오전 명동 영결미사에 참석하자 작심하고 수도원 미사가 끝나자마자

제의를 챙겨들고 7시에 명동성당으로 직행했습니다.

 


참으로 김근태 형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유명 인사의 죽음에서 느껴보지 못한 연민의 정이었습니다.


마침 수사님들도 마음이 무거웠는데 잘 됐다며

수도원을 대표해 미사 잘 드리고 오라는 격려에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가족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김근태 형제는 임종 전날 12,29일에

함 세웅 신부님에게 ‘즈카리야’ 란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합니다.


김근태 즈카리야 형제의 죽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2011년의 결론이자 2012년 국민에 주어진 화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70-80년대 민주화를 위해 온 몸과 맘을 다 바쳐 순교적 삶을 산

형제를 통해서 세상의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님을

생각했습니다.

 


형제뿐 아니라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님을 따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또 다른 하느님의 어린양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저는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님처럼 세상의 죄를 지고 묵묵히 순종하며

정의롭게 비폭력적 삶을 살아가는 무수한 형제자매들을 만납니다.


이들에 빚지고 살아가는 말 그대로 빚쟁이들인 우리들입니다.

 


형제의 빈소를 찾았던 수 만 명 시민들의 이구동성의 말은

‘빚진 게 너무 많아서’였다 합니다.

 


아침 골로사이서 독서 중

‘따뜻한 동정심과 친절한 마음과 겸손과 온유와 인내’라는 대목에서도

즉시 김근태 형제의 외유내강의 인품을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라는 말은 두 가지 전통적 표상을 혼합하여

예수님의 대속적 죽음을 상기시킵니다.

 



첫째는 자기는 죄가 없으면서도 많은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자신을 어린양처럼 희생하는 ‘주님의 고통 받는 종’의 표상이요,

둘째는 이스라엘의 구원을 상징하는 파스카 때에 잡는 어린양의 표상입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바로 십자가의 예수님에게서


즉시 이런 하느님의 어린양을 연상했습니다.

 


예수님처럼 김근태 형제도 70-80년대 무거운 십자가와도 같은

세상의 죄를 지고 하느님의 어린양처럼 한결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세례자 요한의 고백이자 초대교회신자들의 고백이요

이들은 영의 눈이 예수님에게서 고통 받는 주님의 종, 하느님의 어린양을

본 것입니다.

 


우리 역시 고맙게도 매일 미사 중 눈이 열려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을 뵙고 모십니다.


복음의 ‘하느님의 어린양’과 요한1서의 ‘하느님의 자녀’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님께서 죄를 없애주셨고 성령으로 세례를 주셨기에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로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큰 사랑이 바로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어린양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분을 있는 그대로 뵙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그분께 희망을 두는 우리들은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

 


이래서 우리를 순결하게 하여 주님을 닮아가게 하는

매일의 성체성사 은총이 그리도 고맙습니다.

 


미사 중 세 번 거푸 계속되는 ‘하느님의 어린양’은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주님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나타나셨습니다.

그분 안에는 죄가 없습니다.

그 분 안에 머무르는 우리는 아무 죄도 짓지 않습니다.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 죄를 없애주시고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의 어린양 주님을 닮아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살게 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되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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