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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성경에 남긴 신들의 흔적 : 아기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6 조회수338 추천수2 반대(0) 신고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구약성경에 남긴 신들의 흔적 : 아기 (어제에 이어서)


   메소포타미아 


 신비한 아기 이야기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도 드물지 않다. 기원전 22세기경 수메르 문명을 무너뜨린 아카드 제국의 사르곤 1세의 특별한 출생 이야기도 유명하다. 사르곤의 어머니는 성전에서 일하던 여성 성직자였는데, 어느 날  산신山神을 만나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한다. 혼전 임신은 당시 사회에서 죽음을 의미했다. 그녀는 몰래 아기를 낳았지만 그 아기를 키울 수 없었다. 그녀는 역청을 바른 갈대 바구니에 아기를 담아 유프라테스 강에 띄워 보낸다. 아기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고 결국 대왕이 되었다. 이 이야시는 모세의 출생 이야기에 영향을 주었을지 모른다.

 신 페르시아 시대의 자라투스트라의 출생도 특이하다.그녀의 어머니는 처녀의 몸이었지만, 나무에 사는 정령과 특별한 암소의 젖으로 임신을 한다. 그녀가 아기를 낳기 사흘 전부터 그 작은 시골 동네는 환히 밝았고, 아기는 웃으면서 세상에 나왔다. 악령은 젖먹이 자라투스트라를 죽이려고 했지만 암컷 늑대가 구해 주었고, 그는 양의 젖을 먹고 자라났다. 결국 그는 창조신 아후라 마즈다를 만나 훌륭하게 성장한다.

 이상에서 보듯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큰 인물이 이미 수태부터 특별한 사연에 얽혀 죽을 위험을 겪는 일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젖먹이 시절부터 생명의 위험을 이겨내고 신들의 보호를 받아 시골에서 은밀하게 성장하다가 결국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나 대왕이 되는 공통점이 있다. 

 
 헬레니즘 시대

 신비한 탄생 이야기는 헬레니즘 시대에 가장 성행했다. 원래 그리스의 신들은 인간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신을 아버지로 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모티브가 흔한 이유는, 생물학적으로는 인간의 이야기이지만 신비로운 임신을 통해 기 기원이 신적이므로 보통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사상이 까려 있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대부분의 영웅들이 이런 '반신적半神的 탄생'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아버지는 제우스신이지만 어머니가 미케네의 공주였던 헤라클레스가 대표적이다. 역사가들과 철학자들도 이런 탄생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제우스와 헤라클레스의 맥을 잊는 반산적 인물이라는 전설을 지니고 있었다. 철학자 플라톤은 아폴로신인 그이 어머니를 임신케 하여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신화적 인물 뿐 아니라 역사적 인물한테도 이런 '반신적 탄생'이야기가 널리 존재하는 현상은, 고대 그리스 지식 사회에 이 모티프가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특이하게도 이런 신비한 임신을 한 젊은 여인은 처녀의 경우가 많았다. 님프와 디오닛스의 경우도 그렇다. 그리스의 신비한 아기 이야기도 메소포타미아의 것과 비슷하다. 대개 처녀가 결혼 전 임신을 하는데, 큰 수치로 여기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아기는 젖먹이 때부터 빼돌려져서 도시와는 먼 곳에서 자라난다. 그 아기는 젖먹이 때부터 신비로운 방법으로 길러지는데, 예를 들면 '로마'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


로마의 황제들

 고대 근동의 이런 오랜 아기 숭배 전통을 이해한다면, 로마의 황제들이 스스로의 유년시절을 신비화하고 이에 호응하여 로마의 문인들이 황제의 젖먹이 시절을 찬미한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로마의 전성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가 대표 적이다. 로마의 대문호 비르길리우스Virglius는 황제의 탄생을 '복음euangelion' 이라고 칭송했다. 게다가 스스로 '구원자'로 자처한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의 '위대한 탄신일'을 만인이 도저히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기원전 9년 달력을 개혁했는데, 그 핵심은 9월 23일인 자신의 생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은 것이다.


  루카복음서 : 작고 연약한 아기

 지식인 루카는 아마도 이런 아기 숭배 문화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루카가 들려 주는 아기 탄생 이야기를 지금까지 본 고대 근동의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그 의미를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새로 태어나는 악기의 어머니는 공주도 아니고 여성 성직자도 아니다. 아버지는 비록 가문은 좋지만 역시 시골 노동자였다. 아기를 낳은 환경은 참으로 열악하였다. '여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루카 2,7)  집짐승의 우리에서 낳았고, 구유에 아기를 눕혔다.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탄생 비화'는 그 자체가 세속적 왕권 신학의 비판이다. 참 임금이 누구인지 역설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루카는 이 아기가 청년으로 자라나 황제가 되기는커녕 사람들의 오해를 받아 비참하게 죽고 부활할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분이야말로 세상의 참 임금이기에 그분의 탄생을 이렇게 기록했다. 그분은 '아우구스투스'황제 시절에 (1절) 태어났다. 이렇게 작고 가난하고 연약한 아기지만 그 아기의 탄생이야말로 '구원자' 이다.(11절) 그 아기를 처음 찾은 것은 목동들이고(16절), 그 아기의 탄생을 노래하는 이는 '천사들'이다. (9.13) 루카는 참된 임금은 이렇게 오시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_끝_

출처:바오로딸 수도회 야곱의 우물 2011년 12월호 구약성경에 남긴 신들의 흔적
    주원준 박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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