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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9일 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09 조회수1,210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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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월요일 주님 세례 축일-마르코 1장 7-11절

 

“그 무렵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시어, 요르단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이해하기 힘든 주님세례사건>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광경을 접하게 됩니다. 세례를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세례의 주관자, 세례의 창시자인 예수님께서 나약한 한 인간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십니다. 너무나 깨끗하신 분, 무죄하신 분, 그래서 세례가 전혀 필요 없으신 예수님께서 죄인들 사이에 서셔서, 마치 죄인처럼 세례를 받으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예수님의 세례는 마치 한 기업의 CEO가 신입사원 연수를 받는 일입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대장이 훈련병에게 거수경례하는 일입니다. 환갑을 넘긴 교장이 아직 철도 들지 않은 신입생에게 허리를 굽히는 일입니다.

 

    ‘주님 세례 사건’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베들레헴 마구간 탄생 때부터 골고타 산에서의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평생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극단적 자기 낮춤, 한없는 겸손,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철저한 순명의 틀 안에서 주님 세례 사건을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겸손의 덕, 순명의 덕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덕행이지만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신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인 덕입니다. 모든 덕행의 근본이 바로 겸손의 덕입니다.

 

    참된 겸손이란 무엇을 의미할까요? 뭘 모르기에, 머릿속에 든 것이 없기에, 능력도 힘도 딸리기에 알아서 물러나는 그런 모습이 절대로 아닙니다.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기에 자신을 낮추는 것도 겸손의 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무지요, 결핍이요, 무능력으로 인한 부족함이지 겸손의 덕과는 거리가 멉니다.

 

    참된 겸손, 참된 순명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다면 예수님을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그분은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는 하느님이셨지만 자신을 최대한 낮추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우리를 향한 사랑 때문에 우리를 위한 희생제물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완벽하셨고, 그분은 모든 것을 지니셨으며, 그분은 탁월하고 출중한 능력으로 불가능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자 자신을 낮추셨고, 우리를 향한 사랑 때문에 당신이 지니셨던 그 모든 것을 포기할 줄 알았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겸손의 덕이요, 대단한 순명 정신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에 흐뭇하셨던 하느님 아버지셨기에 아들 예수님을 칭찬하십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히브리말로 순명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들음’ 혹은 ‘귀 기울임’입니다. 그리스말로 순명은 ‘들음’과 ‘아래’란 두 의미가 합해진 복합어입니다. 따라서 순명이란 스승의 발치아래 앉아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순명이란 하느님의 뜻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그 결과 우리에게 다가오는 성공과 보람, 은총과 축복뿐만 아니라 고통과 십자가, 병고와 죽음 등 다양한 인생의 부정적인 경험들조차 관대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수용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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