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21) ‘말씀 전례의 요소 : 독서와 화답송’
독서 통해 하느님 구원 계획 들을 수 있어 - 2012년 교황청에서 연 '주님의 말씀' 전시회에서 선보인 13세기 토라와 홀로코스트 기간 중 불타버린 토라의 일부분. “구약이든 신약이든 교회가 전례 거행에서 선포할 때는 언제나 오직 하나이고 같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선포한다. 구약에 신약이 숨어 있고, 신약에서 구약이 드러난다. 모든 전례 거행과 마찬가지로, 모든 성경의 중심이자 완성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러므로 구원과 생명을 찾는 이는 누구나 성경이라는 샘에서 퍼올려야 한다. 전례 거행에 깊이 참여할수록 더욱더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5항) 하느님과 인간의 대화 미사의 시작 예식과 함께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모인 공동체, 곧 하느님 백성으로서 거룩한 신비의 거행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곧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 당신 말씀을 우리에게 건네실 때는 언제나 응답을 기대하신다. 말씀 전례의 중심 부분은 바로 살아있는 하느님의 말씀과 그 선포를 듣는 백성의 응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례 거행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우리가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행위와는 다른 것이다. 책이란 형태로 기록된 성경은 말씀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전례 거행에서 성경이 선포될 때 그것은 살아있는 말씀이 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은 하나의 사건이다. 실로 “하느님 말씀에 완전히 의지하여 그 말씀으로 이루어지는 전례 거행 자체가 새로운 구원 사건이 되고, 새로운 의미와 놀라운 효력으로 말씀 자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3항) 전례에서 선포된 하느님 말씀은 현재의 상황만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도록 언제나 우리 모두를 초대한다. 복음 선포에서 정점을 이루는 독서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는 침묵과 경청, 환호와 노래로써 그분께 응답을 드린다. 주일 미사에서 말씀 전례의 구조는 첫째 독서, 화답송, 둘째 독서, 복음 환호송(알렐루야), 복음 선포, 강론, 신앙 고백, 보편 지향 기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예식 과정은 말씀 전례가 하느님과 전례 회중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의 대화임을 잘 보여준다. 독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시는가? 바오로 사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신비, 곧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당신의 구원 계획을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미리 세우신 당신 선의에 따라 우리에게 당신 뜻의 신비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에페 1,9-10) 매 미사 때마다 다른 독서들이 선포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 곧 ‘그리스도의 신비’(에페 3,4)가 있다. 주일 미사에서 첫째 독서는 구약에서 읽는다. 왜 그리스도인은 구약성경을 다시 읽는 것인가? 그것은 구약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속하고 전체 구원 역사의 전망 안에서 그 정점이자 완성인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그것을 분명히 말씀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주일 미사의 구약 독서는 복음과 연관된 부분에서 선택하였기 때문에 구약과 신약 사이의 일치는 첫째 독서와 복음의 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한 것처럼 “구약에 신약이 숨어 있고, 신약에서 구약이 드러난다.” 주일 미사의 둘째 독서에서는 사도 서간을 읽는다. 특히 연중 주일에는 준연속 독서의 원칙을 따라서 서간을 봉독하기 때문에 매번 복음과의 연결점을 찾기란 어렵다. 주로 사도 바오로의 서간이 봉독되는데, 서간에 실린 바오로의 모든 가르침은 그의 회심과 깊이 결합되어 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사도가 된 바오로는 그리스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한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십니다.”(필리 1,21 참조)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이러한 서간의 봉독은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의 신앙과 열망을 키워준다. 화답송 첫째 독서 다음에 갖는 짧은 침묵의 시간과 더불어 화답송은 방금 들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다. 침묵과 노래로 하느님 백성은 이 거룩한 말씀을 자기 것을 삼는다. 층계송이라고도 하는 화답송은 “말씀 전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전례적으로도 사목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61항) 화답송의 시편과 후렴은 보통 첫째 독서의 내용과 어울리도록 선택되어 있어서 하느님 말씀에 대한 묵상을 도와준다. 우리는 화답송의 시편을 노래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친히 사도들에게 하신 다음 말씀의 의미를 되새긴다.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루카 24,44) ‘찬미의 노래’로서 시편이 지닌 음악적 성격을 고려할 때 화답송의 시편 전체를 또는 후렴만이라도 노래로 바치는 것은 시편의 영적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시편을 노래로 부를 수 없으면 하느님 말씀에 대한 묵상을 돕는 데 알맞은 방식으로 낭송한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21-22항 참조)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0월 28일, 김기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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