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13 조회수803 추천수15 반대(0) 신고

?

1월 13일 연중 제1주간 금요일-마르코 2장 1-12절

 

“그때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 보냈다.”

 

<은혜로운 파스카 체험>

 

 

    은혜롭게도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중풍병자는 ‘사랑의 파스카 체험’을 온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파스카’란 말은 우리말로 풀이하면 ‘넘어가다’ ‘지나가다’ ‘건너가다’란 의미입니다. 중풍병자는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에 힘입어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죄의 상태에서 용서로, 지긋지긋한 병고에서 치유에로 건너간 것입니다.

 

    하느님 은총의 파스카를 체험한 원조는 아무래도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집집마다 문설주와 상인방에 가축의 피를 발랐는데, 파괴자는 이스라엘 집안을 건너뛰게 되었습니다. 파라오를 비롯한 그의 신하들과 이집트인의 모든 가정에서는 졸지에 맏아들을 잃게 되어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죽음의 파괴자가 건너감(파스카)으로 인해 하느님의 재앙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탈출기 12장 참조)

 

    뿐만 아닙니다. 최종적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으로 인해 갈라진 홍해바다를 건넘을 통해 출애굽 사건이 완결됩니다. 이집트 군사들은 홍해바다에서 떼죽음을 반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자상한 배려에 의해 안전하게 갈라진 홍해바다를 건너감(파스카)을 통해 생명의 땅으로 올라옵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랜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 것입니다.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파스카 신비의 정점은 아무래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파스카 신비의 완성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온전한 순명을 통한 이 세상의 구원이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십자가 죽음을 겪으셨습니다. 그리고 사흘간의 깊은 바닥 체험, 그리고 영광스런 부활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죽음과 부활로 인해 우리 모든 인류에게는 참으로 특별한 선물 한 가지가 주어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죽음을 건너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 우리 모두 육신의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예수님께서 죽음을 물리치심으로 인해 그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삶으로 건너가는 사다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일,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중풍 병자 역시 예수님을 만남으로 인해 은혜로운 파스카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꼼짝없이 누워 지낸 세월이 어언 수십 년이었습니다. 일어나지조차 못하는데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가족들에게 그는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다뿐이지 죽은 목숨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기나긴 죽음, 수십 년에 걸친 바닥체험을 해온 그에게 예수님은 파스카의 은총을 베푸십니다.

 

    “애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예수님께서는 이 한 말씀을 통해 오랜 세월 죽어있던 그를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오게 만듭니다. 중풍병자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중풍병자는 자신 안에서 펼쳐진 파스카의 은총으로 인해 드디어 제대로 된 인생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참 사람이 되어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들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바로 이 파스카 체험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의 삶 안에도 파스카 체험을 통해 생명의 땅을 향한 건너감이 이루어지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의 파스카 체험이 중요합니다. 살아생전 제대로 된 죽음과 부활 체험이 우리 안에 이루어진다면 그에 따른 하느님의 축복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릅니다.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가 우리 내면을 한번 훑고 지나가게 되면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됩니다. 살아생전 제대로 된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체험하고 나면 삶은 또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다른 이들은 그냥 지나칠 작은 것들, 따스한 햇살, 신선한 공기, 한줄기 바람, 작은 풀꽃 한 송이가 그에게는 다 기적이요 축복이요 감사꺼리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