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3 연중 제1주간 금요일 사무 상8,4-7.10-22ㄱ 마르2,1-12

하느님 나라 공동체

오늘은 ‘하느님 나라 공동체’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세상 나라’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의 영원한 비전이자 꿈이 ‘하느님 나라 공동체’의 실현이었습니다.

오늘 1독서의 주인공은 사무엘이요, 복음의 주인공인 예수님입니다.

사무엘을 통해 하느님 친히 다스리시는 것처럼

예수님 통해 하느님 친히 다스리시는 모습에서

은연중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입니다.

이런 하느님 나라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교회와

세상 나라를 대변하는 국가와의 마찰과 긴장은 필연입니다.

세종대왕과 같은 성왕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건 가능성 희박한 일이고

대부분 지도자 잘 못 만나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는지요.

하느님 나라가 이상이라면 세상 나라는 현실입니다.

눈에 보이는 강한 나라에 대해 유혹은 참 집요합니다.

사무엘을 통해 하느님 친히 다스리시는 하느님 나라보다는

강한 무력을 지닌 나라를 원하는 백성들입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당신 백성의 고집은 당할 길이 없어

하느님도 어쩔 수 없이 양보하십니다.

사무엘을 통한 하느님의 설득에도 백성들의 마음은 완강합니다.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임금이 꼭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다른 모든 민족들처럼, 임금이 우리를 통치하고

우리 앞에 나서서 전쟁을 이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힘없는 임금 ‘하느님’을 힘 있는 '사람' 임금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니

하느님은 참 서운하고 실망스러웠을 것이며

백성들의 미래가 너무나 걱정됐을 것입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 그들에게 임금을 세워주어라.”

마지못해 세상 임금을 허락하셨고

이어 백성은 임금의 노예화의 길로 치닫게 됩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이 중앙집권적 왕정체제에서, 국가독재체제에서

전쟁으로 고문으로 살해되어 온 인류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설판 공동번역은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주석합니다.

‘지방 자치적인 권력 대신에

자기네 모든 결정권을 맡겨 버리는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선택하는 길은,

피할 수 없이 노예가 되는 길로 치닫는 것이다.

이 본문은 정치체제를 선택하거나 정치지도자를 세우기 위하여

투표하는 행위의 심각한 결과를 생각하게 한다.

그 정치지도자들이

어디까지 백성의 이익을 대변하고 공동선에 이바지 할 것인가?’

중앙집권적 권력의 부패를 방지하고 공동선을 위한

나라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선거혁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은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는 참으로 중요한 해입니다.

깨어있는 백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세상의 나라는 비로소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를 지향하게 될 것이고

이게 앞으로의 추세입니다.

이런 하느님 나라 공동체의 원형을 보여주는 오늘 복음이요

이를 뒤따르는 교회공동체, 수도공동체입니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셨다.’

복음의 이 장면이 바로 살아있는 교회 공동체요 하느님 나라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임금으로 모신 공동체라

우리 수도공동체 역시 ‘주님을 섬기는 학원’이라 명명합니다.

비단 수도공동체뿐 아니라 믿는 이들의 교회공동체 역시

참 임금이신 주님을 섬기는 학원입니다.

하여 우리는 매일 거룩한 미사전례 중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이 통치하시는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길 바라며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오늘 동료들의 믿음을 통해 주님께 죄를 용서 받고 치유 받은

복음의 중풍 병자처럼 우리 역시 똑같은 주님으로부터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교회의 믿음을 통해 죄를 용서 받고

영육의 병을 치유 받습니다.

이와 관련된 제가 특히 애호하는 미사경문 대목입니다.

“저희 죄를 헤아리지 마시고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 되게 하소서.

주님께서는 영원히 살아계시고 다스리시나이다.”

교회공동체의 믿음을 보시어 우리 죄를 용서해 달라는 청원이며

참 왕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고백입니다.

참 큰 위로와 평화를 주는 기도문입니다.

중풍병자의 죄를 용서해주시고 치유해 주신 똑같은 주님께서

이 미사를 통해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영육의 병을 치유해 주시어

오늘도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미사축제의 기쁨을 아는 우리들!

주님, 우리는 당신 얼굴 그 빛 속을 걷나이다.

우리는 날마다 당신 이름으로 기뻐하고,

당신 정의로 힘차게 일어서나이다.”(시편89,18-19).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