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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4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14 조회수593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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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마르코 2장 13-17절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참으로 감사한 복음>

 

 

    언젠가 뒷골목 아이들을 만나러 다닐 때, 그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뒷골목 어른들과 가끔 마주치곤 했습니다. 이른바 ‘조직원’들이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분들은 일부러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기선을 잡기 위해선지 만나자마자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었습니다. 한 마디 문장 안에 쌍욕이 단 한 번도 빠지는 적이 없었습니다. 조용조용히 이야기해도 될 것을 언성부터 높였습니다. 얼굴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절대로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인상을 썼습니다. 잠시 마주 보고 있는 동안 그 상황을 참아내느라 얼마나 속이 터지고 열불이 났는지 모릅니다.

 

    사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레위(혹은 마태오)도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예수님 시대 당시 창녀와 더불어 하류인생의 대표 인물이었습니다. 레위는 하급 세리가 아니라 일정 지역을 관할하는 간부급 세리였습니다.

 

    당시 세리들이 합당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과세로 안 그래도 가난한 백성들을 더 힘들게 했습니다. 당시 세리들이 얼마나 백성들을 괴롭혔으면 세례자 요한이 당시 세리들을 향해 “세리들은 세금을 거둘 때 정한 대로만 받고 그 이상은 받아내지 마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리스 세계에서는 세리들을 도둑이라고 칭했으며, 유다 백성들 사이에서 세리들은 매국노 또는 배신자로 불렸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행동을 한번 보십시오. 그런 상종 못할 사람, 도둑이요, 매국노, 배신자, 죄인들의 대명사였던 세리 레위를 당신 사도로 발탁하십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레위의 머릿속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깊은 감사의 마음으로 충만했을 것입니다. 나는 갈 데 까지 간 구제불능의 인간, 끝장난 인생으로 생각했는데, 감지덕지하게도 천부당만부당한 자신을 사도로 뽑아주신 예수님을 향한 감사의 정이 대단했을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레위는 자기 집에 큰 잔치를 벌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동료들을 잔치에 초대합니다. 당시 레위의 집은 세상의 모든 죄인들이 다 모여들었겠지요. 창녀들, 세리들, 사기꾼들, 조폭들, 협잡꾼들...

 

    더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한 식탁에 앉아 만찬을 즐기시는 것입니다. 당시 유다인 사이에 식사는 일종의 거룩한 의식이었습니다. 당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세리와 한 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부정을 타는 행위이요 죄라고 여겼던지 식탁에 앉아있지 않고 뒤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너무나 태연히 세리들과 한 식탁에 앉으십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려 포도주잔을 기울이십니다.

 

    한 식탁에 앉는다는 것,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는 더 그랬습니다. 한 식탁에 앉는다는 것은 너와 내가 한 가족이며 친구임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리와 같은 식탁에 앉으심을 통해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지, 그들을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하게 표명하신 것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죄인인 오늘 우리 모두를 위해 참으로 감사한 오늘 복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제나 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들, 그래서 늘 하느님 앞에 송구스러워하는 우리들을 향해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이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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