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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의 숲: 전례 언어(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 라틴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7 조회수8,257 추천수0

[전례의 숲] 전례 언어(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 라틴어)

 

 

초기 교회는 전례에서 어떤 언어를 사용하였을까요? 예수님 시대 팔레스티나 사람들은 아람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아람어는 히브리어와 같은 셈족 언어로서 시리아어와 가깝습니다. 예수님은 히브리어도 어느 정도 익숙하셨고 그리스어 낱말들도 알고 있었지만 주로 아람어를 사용하셨습니다(마태 27, 46). 아람어로 참행복을 선언하고,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고, 마지막 만찬에서 성찬례를 제정하셨습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처럼 아람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예수님 시대 지중해 세계에는 헬레니즘 문화가 큰 흐름을 이루고, 그리스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로마 제국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화 언어 정치 환경은 복음 전파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스어는 로마 제국에서 가장 세력이 큰 언어로서 지중해 동쪽 지역, 곧 그리스, 소아시아(터키), 시리아, 팔레스티나, 이집트와 같은 나라들에서 사용되었습니다. 나아가 제국의 다른 큰 도시들에서도 그리스어를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이 그리스어는 고전 언어가 아니라 코이네어라고 부르는 단순화된 언어였습니다. 신약 성경도 이 코이네어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시대 유다교 회당에서 그리스어를 쓰기도 하였습니다(사도 6, 9). 여러 나라에서 온 유다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 태어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도 아람어 외에 그리스어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스계 유다인들과 이교인들이 공동체에 들어오면서 그리스어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사도 6, 1). 특히 시리아의 중요한 도시인 안티오키아에서는 전례에서 기본적으로 그리스어를 사용하였습니다(사도 11, 20). 다만 유다교에서 개종한 신자들에게 매우 친숙하였고, 초기 전례에 채택되었던 몇 표현들은(아멘, 알렐루야, 사바오트, 호산나)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동방 교회에서는 많은 공동체들이 비잔틴 전례와 함께 그리스어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시리아어, 아르메니아어, 그루지아어, 콥트어, 이티오피아어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9세기 중반에 교황청은 슬라브족의 사도, 성 치릴로와 메토디오가 슬라브어로 작성한 새로운 전례를 인준하였습니다. 얼마 뒤에 불가리아인과 러시아인들은 그리스어 비잔틴 전례는 슬라브어로 번역하였습니다. 슬라브어는 동 유럽에서 전례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3세기부터 전례에서 차츰 그리스어 대신 라틴어 쓰기 시작

 

로마와 서방 큰 도시의 공동체들에서도 3세기 중반까지 전례에서 그리스어를 썼습니다. 그 당시 제국의 동쪽 지역에서 이민한 신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그리스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특히 로마는 유다인들을 포함하여 여러 민족, 여러 문화가 녹아 있는 용광로 같은 도시였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로마 교회는 전례에서 그리스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처음 두 세기는 여러 교황들이 그리스 이름을 사용하였고, 그 무렵 묘지에 글을 새길 때 그리스어를 썼습니다.

 

그러나 3세기부터 전례에서 차츰 그리스어 대신 라틴어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먼저 있었던 곳은 로마가 아니라 북 아프리카였습니다. 그곳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이들은 그리스어를 쓰는 이민자들이 아니라 라틴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주민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3세기 후반 동방에서 로마로 이민하는 사람의 수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변화는 로마 교회에서 라틴어를 모국어로 쓰는 이들의 비중이 커졌다는 뜻입니다(U.M. 랑).

 

전례에서 성경 독서들, 특히 시편은 매우 일찍부터 그리스어 대신 라틴어로 노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편을 비롯한 고대 라틴어 성경 번역이 나타난 배경입니다. 이와는 달리 감사기도는 매우 오랫동안 그리스어로 낭송하였습니다.

 

다마소 1세 교황(366-384) 이후 로마에서 전례는 일반적으로 라틴어로 거행되었습니다. 다만 그 뒤에도 어떤 그리스어 표현들은 그대로 남아 있거나 새로 도입되었습니다. 보기를 들면, “키리에 엘레이손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기오스 호 테오스…”(거룩하신 하느님) 따위입니다. 그리고 장엄한 교황 미사에서 몇 부분은 계속 그리스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러한 전통의 흔적으로 지금도 중요한 교황 미사에서는 복음을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읽습니다.

 

전례 라틴어는 처음부터 사람들이 보통 쓰는 언어와 구분되는 거룩한 언어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사의 기도문에 사용된 낱말들과 문체는 일상 언어에서는 보통 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당시 전례에서 라틴어를 도입한 것은 현대에 여러 나라 언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라틴어를 쓰는 교우들도 전례 라틴어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유럽에서 자기 나라 언어와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교우들은 라틴어와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하여 라틴어를 공식 전례 언어로 선언하면서도 제 나라 말들을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습니다(전례 36; 54).

 

 

기도와 전례의 목적은 그분을 만나는 것

 

우리가 쓰고 있는 “로마 미사 경본”의 원문은 라틴어입니다. 라틴어는 교회의 공식 언어이고, 라틴어 성경 번역본(불가타 성경 = 대중 라틴어 성경) 권위를 가지며, 교회의 중요한 교령들과 문헌들은 라틴어로 발표합니다. 특히 라틴어 전례서들은 거룩한 전승을 담는 그릇입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현대의 언어들과는 달리 라틴어는 변하지 않는 살아 있는 고대 언어로서 신앙의 유산을 순수하고 정확하게 전할 수 있습니다.

 

전례는 초기부터 전해진 고대 언어 표현들을 계속 보존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아멘, 알렐루야, 호산나, 사바오트(군대들이라는 뜻. 우리말을 포함한 여러 나라 미사 경본에서 “온 누리”의 뜻으로 옮김)과 같은 히브리어 표현들, 신약 성경에 나오는 아람어 표현들이(탈리타 쿰, 에파타, 마라나 타,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 있습니다. 그리고 성금요일 전례에 들어 있는 ‘비탄의 노래’에 나오는 “세 번 거룩하시도다” 노래, “하기오스 호 테오스…”(거룩하신 하느님…)는 그리스어입니다. 미사 통상문의 자비송 부분을 우리말 새 미사 경본에서는 “주님/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번역과 함께, 과거와 달리, 그리스어 원문 “키리에/크리스테, 엘에이손”을 실어 선택하여 바칠 수 있게 하였습니다(올바른 전례 23).

 

세계의 종교들도 고대 언어들을 자신들의 “거룩한 언어”, 곧 전례 언어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유다교의 히브리어, 상좌부 불교의 팔리어, 이슬람교는 쿠란의 언어인 고대 아랍어, 힌두교는 산스크리트어를 들 수 있습니다. 낯익지 않은 “거룩한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는 저 넘어 세계에 다가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A. 말콤). 오히려 우리는 전례와 기도에서 본문의 내용을 문자로만 이해할 때 저 너머 세계에 다가가는 데 방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도와 전례의 목적은 본문의 이해가 아니라 그분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1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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