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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사랑의 거리 2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18 조회수685 추천수11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2주간 목요일 - 사랑의 거리 2

 



 

 

 

제가 신학생 시절 유학을 처음 나와 언어 수업을 막 시작하였을 때입니다. 학원에서 소풍을 간다고 로마의 피라미드 역에서 반 학생들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선글라스를 끼고 사진기를 든 관광객 룩을 하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조금 가다보니까 몇 명의 여자들이 제 주위로 모여들더니 몸으로 저를 짓눌렀습니다.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게 옴짝달싹 못 할 정도는 아니었고, 안 씻은 사람들 특유의 냄새로 보아 이들이 이태리어로는 ‘징가리’, 즉 로마에 거주하는 부랑인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많은 경우 소매치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주머니 속으로 손이 들락날락 거리는데도 워낙 세게 둘러싸고 있어서 손을 움직여보지도 못하고 돈을 털려버렸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 정도였지만 신학생 때였기에 적지 않은 돈이라, 그 중 한 명의 손목을 세게 잡고 돈을 내놓으라 하였습니다. 물론 “my money, my money!”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뒤져보라는 듯이 옷을 펄럭이며 저를 비웃었습니다. 그들은 적어도 여섯 명 이상이 한 패거리였기 때문에 누가 돈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낼 길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비웃음에 열이 받은 저는 유일하게 외운 단어, ‘폴리지아’를 반복해서 외쳤습니다. ‘경찰’이란 뜻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몰려들자 그 여자들은 겁을 먹었는지 지폐 한 뭉치를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그것 봐, 땅에 떨어져 있잖아.”하며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돈을 집으면서도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2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얼른 주머니에 집어놓고 계속 폴리지아를 외쳤습니다. 사람들도 저를 도와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돈들을 땅에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빼앗겼던 돈보다 더 주워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을 놓아주었습니다.

로마에 9년 동안 살면서 빼앗긴 돈을 되찾은 사람은 저밖에는 못 보았습니다. 어쨌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로마에 사는 동안 그들을 보면 적지 않게 도와주었습니다.

또 한 번은 ‘뽀르따 뽀르떼제’라는 규모가 굉장히 큰 시장에서 아이들이 달라붙었습니다. 앞에서는 동냥을 하고 뒤에서 돈을 빼는 뻔한 수법을 쓰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동냥하는 아이에게 돈을 주고 싶었는데 뒤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빼내어 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그 손을 탁 치자 돈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저는 주려고 하는데도 빼앗으려 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아파, 이미 겁을 먹은 아이들에게 가벼운 꿀밤 한 대씩 주고, 그 돈을 그대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같은 돈이 없어지는 것이지만 내 자유로 주는 것과 빼앗기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깨닫기를 바라며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예수님의 옷깃을 만져 12년 동안 앓고 있던 하혈병이 나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누가 당신의 옷깃을 만졌는지도 아시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그 여인으로부터 기적을 강탈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기분 좋아하셨습니다. 당신에게 기적의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 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밀쳐드니 그 사람들이 밀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배를 준비하시고 그들과의 간격을 둡니다. 어쩌면 예수님도 많은 치유의 기적들이 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의지로 이루어 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손만 대어서 병이 고쳐지는 것을 알아 손만 대려고 몰려들고 또 그래서 병이 고쳐졌다면 예수님의 의지보다도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 병이 고쳐졌다고 자만해 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예수님은 몰려드는 사람들에게로부터 당신의 자유를 지키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빼앗기는 것과 주는 것과의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다가갈 때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오래 관계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마치 지구가 태양에 조금씩 가까이 가면 모두 타버리고, 혹은 조금씩 멀리 떨어지면 다 얼어 죽는 것과 같습니다. 철도의 두 선로처럼 항상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 주지 않으면 불타버리거나 냉랭해져 버립니다. 저는 이 거리가 서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거리라 생각됩니다. 상대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면 이젠 너무 가까워져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무관심해 지면 너무 멀리 떨어져버린 것입니다.

요즘 개봉중인 영화 댄싱퀸에서는 남자 주인공 황정민은 서울시장을 향해서, 그의 아내 엄정화는 가수로서의 길을 향해서 각자가 달립니다. 처음에는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위해 아내의 꿈을 접기를 원했지만,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둘이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도 부부로서 함께일 수 있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우리도 어느 누구에게나 상대의 귀한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거리까지는 침범하지 않도록 노력합시다. 동시에 상대의 목소리를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거리에 있도록 합시다. 그것이 사랑의 거리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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