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신비
그때에 7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8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9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10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11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12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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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볼 요량으로 밀려듭니다. 치유의 기적은 예나 지금이나 매력이 있고 상품가치가 큽니다. 사도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치유기적에 매혹되어 신자가 된 마술사 시몬은 성령을 받게 하는 권능을 돈으로 사자고 덤빕니다.(사도 8장)
아흔네 살이신 제 어머니, 지금은 ‘철모르는 딸’이십니다. 언제나 자리에 누워 계시다 보니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지십니다. 그러다 보니 밥 먹자고 말씀드리면 늘 아침이냐고 물으십니다. 이처럼 때를 모르시니 ‘철’ 모르는 딸이 되신 겁니다.
주방이나 화장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십니다. 하루에 한 번쯤은 침실에서 식사하십니다. 머리맡에 좌변기가 놓여 있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보니 곧잘 넘어지십니다. 그래서 옆구리 통증으로 고생하십니다. 빨리 가고 싶다 하십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다섯 살배기 증손녀한테는 일 분에도 서너 차례씩 몇 살이냐고 물으시다가 핀잔을 듣기도 하십니다. 그러다가도 제가 외출한다고 인사드리면 땅이 고르지 못할 테니 단장(短杖, 지팡이)을 짚고 나가라고 이르십니다. 이런 걸 지켜보는 일이 제게는 속이 상하고 힘이 듭니다.
철을 가늠하지 못하시는 제 어머님은 다행스럽게도(?) 투덜거리고 짜증내는 저의 불효를 금방 잊으시고는 제 걱정을 하십니다. 그래서 힘들기는 하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지냅니다. 이게 바로 고통의 신비인가요?
한상갑(전주교구 신앙문화유산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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