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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개하십시오. - 1.2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22 조회수347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2.1.22 연중 제3주일 요나3,1-5.10 1코린7,29-31 마르1,14-20

 

 

 

 





회개하십시오.

 

 

 

 



늘 초록빛 일상을 살라고 초록색 연중 제의입니다.

매일 회개로 새롭게 시작할 때

늘 초록빛 싱그러운 일생에 영원한 청춘입니다.


요즘 믿음의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한 분들을 만나며

느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드러움, 따뜻함, 순수함, 초연함, 넉넉함, 편안함 등 그런 것입니다.

바로 이게 곱게 늙을 때의 모습임을 깨닫습니다.

은총의 빛이 그들을 감싸고 있음을 감지합니다.

 


어제도 이런 분을 만났습니다.

각지고 날카로웠던 부분이 거의 닳아져

부드럽고 넉넉한 분위기가 그분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아직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내용적으로는 거의 신자와 다를 바 없는 분입니다.

대화중 형제님의 다음 말씀을 잊지 못합니다.

 


“제 아들 결혼식 때 내내 울었습니다.

감사와 회개의 눈물이었습니다.

자녀들이 결혼할 때 그 만감이 교차하는 그 깊은 속마음은

부부 아니 곤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요지의 말을 할 때도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내내 울었다는 형제의 그 마음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보석 같이 빛나는 회개와 감사와 기쁨의 눈물입니다.

이어 다음 말도 잊지 못합니다.

 


“몇 달 전에 태어난 외손녀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쁩니다.

볼수록 신비롭습니다.

왜 가톨릭에서 낙태를 반대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전에 내 아이를 키울 때는 모르고 키웠습니다.”

 


수없이 ‘신비’라고 되뇌던 형제의 말이 지금도 귀에 울리는 듯합니다.

젊었을 때 이런 신비를 모르고 키웠다는 말마디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 또한 일상에서 깨닫지 못해

모르고 살아가는 신비와 은총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이래서 철들자 망령이란 속담이 있나 봅니다.

안다고 하나 대부분 모르고 철부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여 회개입니다.


회개보다 절박한 것은 없습니다.

회개를 통해 점차 깨달아 알게 되는 삶의 신비와 은총입니다.

 

 

 

 




회개하십시오.

 


회개를 통해 마음의 눈이 열릴 때 비로소 깨달아 알게 됩니다.

이래야 내적으로 깊어지고 넓어지는 삶입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회개가 아니라 평생 회개의 삶이어야 합니다.

밖의 너에서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안의 나에게서 문제를 찾는 회개입니다.

모든 문제는 나한테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복음 선포 역시 회개의 촉구로 시작됩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의 설교의 요약입니다.

언제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주님과 만나는 카이로스 구원의 때이자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주님을 향해 방향 전환하여 활짝 마음을 여는 게 회개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에서 하느님에로의 방향전환이 바로 회개입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구원의 출구는 회개의 길뿐입니다.

‘출구’란 말의 영적 의미를

며칠 전 병자성사를 주러 병원에 갔다가 주차장에서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무려 지하 5층 까지가 주차장이었습니다.


출구라는 표지가 참 고마웠습니다.

 

출구 따라 나오니 햇빛 찬란한 세상에 해방감이었습니다.

출구를 잃어

내면의 지하 어둔 세계에서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마음이 답답하고 어두운 것은

바로 회개하여 구원의 출구를 찾으라는 신호입니다.


바로 구원의 영적출구의 길이 회개입니다.

오늘 죄악의 어둠 속에 방황하던 니네베의 사람들에게

회개의 출구를 가리켜 주는 요나예언자입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 구원의 출구로 나오는 회개의 모습을 보시고,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철회하십니다.

 

 

 

 




초연하십시오.

 


세상에 무관심 하라는 게 아니라 깨어 거리를 두고 세상을 보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현세의 욕망에 휘말리지 않습니다.

우상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온갖 환상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이런 세상 것들에 빠져

자기를 잃고, 영혼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보십시오.

온갖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로 널려 있는 세상이 아닙니까?


바로 이게 돈이 주인이 된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입니다.


회개를 통한 초연한 자유입니다.

주님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셨습니다.

 

회개로 텅 비워진 마음을 믿음으로 채우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내적 힘의 원천입니다.

믿음의 눈 있어 세상 것들에 초연할 수 있습니다.

그냥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복음을 믿는 믿음입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말씀공부와 기도가 절대적입니다.

복음 말씀과 기도의 자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나는 ‘믿음의 나무’입니다.


참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믿음입니다.

세상을 떠난 자유가 아니라 세상 안에서의 자유요,

욕망을 떠난 자유가 아니라 욕망 안에서도 자유입니다.


불안한 세상 안에서도 평화를 누림으로

초연한 자유를 가능케 하는 믿음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누리는 초연한 자유를 우리도 누릴 수 있습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긴 것 같지만 참 짧은 인생이라

흔히 초로(草露)인생, 풀잎에 맺힌 이슬 같은 인생이라 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것들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이들에게 절대를 두지 말고 초연하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세상 것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익사하지 말고

강물 따라 흐르는 배처럼

믿음의 배를 타고 초연하게 그리스도의 강을 따라

하느님 바다에 이르라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라가십시오.

 


주님은 진리요 생명이요 아버지께 이르는 길입니다.

따라갈 분, 주님이 계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따를 대상이 없어 출구를 잃고 해매는 사람들 천지입니다.

주님을 따라갈 때 자유와 해방이요 기쁨과 평화입니다.

무미건조한 단조로운 삶에 주님은 우리의 유일한 구원의 출구입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부르심에 시몬과 안드레아 형제는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섭니다.

야고보와 요한 형제도

아버지 제배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섭니다.


참 운명적 만남, 축복된 만남에 즉각적인 순종입니다.

지금까지의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으로의 진입입니다.


고기잡이를 하면서도

내면에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구원의 출구를 찾았을 것이며

마침내 구원의 출구이신 주님을 만난 어부들입니다.


이 어부들에게 주님의 부르심이 없었다면

평생 호수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출구 없는 어둡고 답답한 세상 살다가 세상을 마쳤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부르심이 없었다면

아마 출구 없는 어둔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주님의 부르심의 은총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적 탈출이 아니라 내적 탈출입니다.

복음의 제자들처럼 제자리를 떠나 주님을 따라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반복되는 제자리 삶 중에도 부단히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나로부터 벗어나 주님을 따라 새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안주가 아닌 제대로 된 정주의 삶입니다.


물도 고이면 썩듯이 삶도 안주로 고이면 썩습니다.

끊임없이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을 따라 내적 탈출의 삶을 살아갈 때 맑게 흐르는 강 같은 삶입니다.

 

 

 

 




연중 제3주일,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회개하십시오. 초연하십시오. 주님을 따라가십시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초연한 자유를 선사하시어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따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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