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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4일 화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 양승국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24 조회수600 추천수1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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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화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마르코 3장 31-35절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사랑의 박사>

 

 

    매해 첫날엔 습관처럼 산에 오릅니다. 왜 새해벽두부터 사서 고생이냐 하시겠지만 한번 올라가보시면 의외의 소득이 주어집니다. 우선 강추위와 칼바람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연말연시에 잠시 흐트러졌던 마음을 되잡기에 참 좋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보면 하느님의 체취와 손길이 좀 더 가까이 느껴지곤 한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산꼭대기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 평지에서 바라보는 시선과는 얼마나 다르던지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멀리 좀 떨어져서 바라보니 지저분한 것들도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밑에서는 별 것 아닌 것들도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다른 것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워 보입니다. 인간들 사이에서 그리도 위풍당당하던 인간들, 그렇게 떵떵거리며 위세를 떨던 인간들도 개미새끼보다 작아 보입니다.

 

    지난 한해 돌아보니 얼마나 큰 부끄러움이 앞서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목숨 걸었던 일들, 산 위에서 생각하니 정말 별 것 아니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 정말 이것만은 양보 못한다고 했던 것들, 산위에서 돌아보니 정말 허망한 것들이었습니다. 갑자기 나 자신뿐만 아니라 생채기를 주고받았던 사람들, 허세를 부리는 꼴불견인 사람에게 조차 갑작스런 연민의 마음과 측은지심이 생겨났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그리도 괴로워했던 상처와 실패, 죄와 부끄러움조차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선물로 주신 새로운 한 해 동안에는 동료 인간들, 특히 가까운 사람들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열심히 찾아봐야겠습니다. 내가 부족하듯 그들도 당연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내가 사랑을 갈구하듯 그들도 사랑을 갈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들도 나 못지않게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진리를 마음속에 각인시켜야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의 심성은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모릅니다. 그가 얼마나 인내롭고 친절하고 온유하고 덕스러웠으면 사람들은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와 동시대를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그와 같은 지방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살레시오회 창립자 돈보스코 성인은 얼마나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을 존경하였으면 수도회를 창립하면서 성인의 이름을(살, 혹은 살레시오)수도회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돈보스코 시대 당시(1815-1888) 프랑스와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에 대한 호감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은 이탈리아와 인접한 프랑스 남동부 사보이아 지방에서 태어났는데, 프랑스 파리와 안시에서 그리고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수학하였습니다. 그리고 극심한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제로 서품되어 캘빈 교도들의 땅 샤블레로 파견되어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고 혁혁한 업적을 남깁니다. 그리고 후에 제네바 교구의 주교로 임명되지요. 샹탈을 만나 그녀의 영적지도자가 되어 방문 수녀회를 창립합니다.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은 하느님의 사랑과 온유, 자비에 관한 많은 저작들을 우리에게 남겼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심생활입문’과 ‘신애론’입니다.

 

    사랑의 박사, 착한 목자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성인께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일생 전체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은 따뜻하신 하느님, 온유하고 친절하신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그는 권위나 힘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 겸손과 희생으로 한결같이 자신에게 맡겨진 양떼들을 섬겼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온유하고 겸손했던 사랑의 대가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천사처럼 태어났을까요? 그의 혈관 속은 우리와는 다른 천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실 그도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도 우리와 똑같이 뜨거운 피가 흐르던 사람이었습니다. 혈기왕성하던 시절 야심도 많았습니다. 사제로 서품되어 캘빈교도들의 지역 샤블레에서 선교할 때는 일이 여의치 않자 무력까지 동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이 인간적 약점이 많았습니다. 이웃과 상처도 많이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습니다. 그 사랑을 이웃들에게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또 실천했습니다. 이웃들의 결점을 참고 또 참고, 이웃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또 용서했습니다. 그 결과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사랑의 박사인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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