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2] (32) 이혼한 후에는 성체를 모실 수 없나요? 가톨릭 교회에서 이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자들 역시 다양한 이유로 민법에 따라 이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혼을 한 이들의 성사생활은 가능한 것일까? 교회는 혼인에 따른 동거가 실제로 불가능한 상황이 있음을 지적하며 “부부의 실질적 별거와 동거의 종식을 인정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49항). 즉 국법상(민법상) 이혼한 이들에게 가능한 한 화해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혼한 이들의 성사생활을 금지하지는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혼을 했다 하더라도 “이 부부는 하느님 앞에서 계속 남편이고 아내”(가톨릭교회교리서, 1649항)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혼한 이들은 사회법적으로 보면 남남이 되지만,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는 별거생활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마치 한 사람은 안방을 쓰고, 다른 이는 건넌방을 쓰는 상태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교회는 이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혼한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이혼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인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이혼한 이들이 재혼을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톨릭 신자가 교회 안에서 혼인을 맺은 후 이혼하고, 다시 민법에 따라 재혼한다면 이들은 하느님의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남자가 혼인성사를 한 후에 이혼을 하여 아내와 헤어졌다 하더라도 그 첫 혼인의 유대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혼인을 한다면 그 남자는 두 번째 여자와 혼인의 유대가 새롭게 이어져, 결국 그 남자는 두 여자와 혼인을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아내와 남편의 평등한 인격적 존엄으로, 주님께서 확고히 세우신 혼인의 단일성”(가톨릭교회교리서, 1645항)을 어기게 되는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성체를 모실 수 없고, 고해성사를 받을 수도 없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50항 참조). 이를 가리켜 잘못된 ‘혼인의 상태 때문에 성사를 받는데 장애가 생기게 되었다’는 뜻으로 혼인장애(婚姻障碍)라고 한다. 예전에는 ‘조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조당(阻 : 막을 조, 擋 : 막을 당)은 ‘막혔다’는 뜻으로, 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막혀 성체를 모실 수도 없고 고해성사를 받을 수도 없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 역시 교회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교회는 이 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미사성제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기도하도록 권고하며, 참회의 정신과 참회의 행동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간청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51항 참조). [2018년 11월 18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용암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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