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2 목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생활의 날) 말라3,1-4 루카2,22-40

봉헌생활의 행복

봉헌은 우리 삶의 의미이자 모두입니다.

축성(祝聖)이란 말뿐 아니라 봉헌(奉獻)이란 말도 은혜롭습니다.

주님을 믿기에 의미 충만한 봉헌생활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봉헌생활에 불림 받고 있습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부차적 문제이고

자기에게 주어진 봉헌의 삶을 끝까지 살아내기만 하면 누구나 구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 중에 루멘(lumen) 수녀가 있습니다.

라틴어 어감도 좋고 뜻도 좋은 빛(루멘) 수녀입니다.

축일이 언제인가 물어봤더니

바로 오늘 주님 봉헌 축일인 2월2일이라 했습니다.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수도명도 좋고 영명축일도 좋습니다.

봉헌의 삶을 통해 환히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주님 봉헌 축일은 그대로 빛의 축일임을 깨닫습니다.

세상에 봉헌이란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을 것입니다.

봉헌의 은총, 봉헌의 신비, 봉헌의 기쁨, 봉헌의 축복, 봉헌의 행복,

봉헌의 아름다움…끝이 없습니다.

마침 어제 내린 흰 눈이 봉헌의 축복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흰 눈 덮인 산야가 흡사 하늘이 내려앉은 듯 황홀했습니다.

즉시 떠오른 ‘황홀한 체험’이란 시입니다.

-하늘 恩寵/하늘 神秘

흰 눈 덮인/山野

하늘이/내려앉았다-

짧은 시이지만 내심 흡족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충실히 살아낸 텅 빈 겨울 자연에 하늘이 내린 축복입니다.

봉헌의 비움 안에 가득 차는 하늘의 축복입니다.

오늘 말라기의 예언이 복음을 통해서 그대로 실현됩니다.

“보라,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예수님의 부모와 시메온, 한나 모두가 봉헌생활의 모범입니다.

이분들을 통해 성전에 오시는 주님을 깨닫고

우리 또한 거룩한 성전미사를 통해 오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복음의 서두 말씀이 참 신선한 충격입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예수님의 부모처럼 자식을 주님께 바치는 부모가 지혜로운 부모입니다.

내 자식도 내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야

집착 없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이 가능합니다.

자식뿐만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이미 주님께 바친 봉헌의 삶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해서 죽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요 죽어도 주님의 것인 우리들입니다.

봉헌으로 자기를 비워 갈 때 주님으로 충만한 삶입니다.

외적으로는 가난한 자 같으나 내적으로는 주님만으로 행복한 부자입니다.

오늘 복음의 시메온은 자기를 비우는 봉헌의 삶에 항구하던 중

마침내 성전에 오신 주님을 만납니다.

행복한 선종을 맞이할 수 있음에

예수 아기를 안고 감격에 벅차 바치는 시메온의 아름다운 찬가입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이스라엘게는 영광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 하루를 마감하는 끝기도 때마다

시메온과 함께 이 찬가를 바치고 잠자리에 듭니다.

복된 선종의 죽음을 위해 참 좋은 찬가입니다.

한나 역시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면서

성전을 떠나는 일없이 단식하고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기던 중,

아기 예수님을 만납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주님 봉헌 축일이 아니라

매일이 주님의 봉헌 축일이자 우리의 봉헌 축일입니다.

“그는 은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앉아, 레위의 자손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들을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주님에게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리라.”

이 거룩한 미사시간,

봉헌되시는 주님은 우리 모두를 깨끗하게 하시고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하느님께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 시메온과 함께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며

구원의 기쁨을 노래하는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주님,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