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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05 조회수796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2월 5일 연중 제5주일




He told them, “Let us go on to the nearby villages
that I may preach there also. For this purpose have I come.”
So he went into their synagogues,
preaching and driving out demons
throughout the whole of Galilee.
(Mk.1,38-39)


제1독서 욥기 7,1-4.6-
제2독서 1코린토 9,16-19.22-23
복음 마르코 1,29-39

요즘에 전화 연락을 많이 받습니다. 곧 사순시기가 시작되니, 사순특강을 해달라는 청탁 전화입니다. 저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강의든 나가려고 합니다. 부족한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든 강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강의 부탁을 받다보니 꾀가 납니다. 전에 했던 강의록을 그냥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사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다르다면 똑같은 강의를 해도 모르겠지요(실제로 그렇게 강의를 한 적이 몇 차례 되었지만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일인 어제, 전에 썼던 강의록을 컴퓨터 안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잠시 뒤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글쎄 이제까지 썼던 강의록이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 몇 년 동안 했었던 성서 강의, 교리, 특강 자료까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마도 며칠 전 컴퓨터를 포맷하면서 실수를 했나 봅니다.

갑자기 화가 납니다. 왜 컴퓨터는 갑자기 이상해져서 포맷을 해야만 했을까? 왜 그 중요한 자료를 소홀히 했을까? 전에 백업해 놓은 자료는 다 어디 갔는가? 저의 부주의에서 온 결과인데도 외적인 것에 이유를 대면서 화를 내고 있는 저였습니다.

문득 이렇게 화낸다고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낸다고 지워진 자료가 다시 ‘뿅’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지요. 그러면서 ‘이것도 잘 되었다.’라는 마음을 갖기로 했습니다. 하긴 예전 자료가 있으면, 그 자료에서 벗어나지 못했겠지요.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 자료에서 벗어나서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자료를 모두 없앤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준비하느라 조금 바쁘기는 하겠지만요.

예전에 수영을 배울 때가 생각납니다. ‘음~파’를 반복하면서 발차기만 할 때, 25m만 쉬지 않고 가도 소원이 없겠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제 소원인 25m를 쉬지 않고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수영배우는 것을 그만두었을까요? 아닙니다. 저는 계속 배우고 연습하면서 어느 순간 몇 바퀴를 돌아도 상관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되지요.

우리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한계를 지으면서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열병으로 누어있는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십니다. 또한 많은 병든 이들을 고쳐주시고, 마귀 들린 이들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주시지요. 예수님께서 이들에게 이렇게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그들의 고통을 없애주시기 위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그 이유를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고 있을 때 다른 고을로 몰래 떠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지요.

그들의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을 치워주심으로 인해, 이제는 그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시려는 것이지요. 즉, 이제 당신이 하실 일이 없기에, 당신을 필요로 하는 다른 고을로 떠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한계는 분명 주님께서 말끔하게 치워주실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더욱 더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내는 우리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꼭 지금의 모습만큼만 대해 주면 늘 지금의 모습으로 남지만, 장차 되어질 모습에 맞춰 대해 주면 언젠가 그 모습으로 성장하는 법이다(괴테).


며칠 전 다녀온 공항 입국장. B게이트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C게이트로 나와 서로 1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네요. 공항의 안내, 믿을 것이 못되네요.



구명조끼 양보한 남편
 

지난 1월 13일에 지중해에서 일어난 사고를 기억하십니까? 42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했었지요. 그때는 저녁식사 때로 프랑스에 사는 프란시스 세르벨(71) 부부는 아내인 니콜(61)의 회갑을 맞아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질리오 섬 150m 앞에 이르렀을 때 배가 굉음을 울리며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우왕좌왕하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배가 좌초했다는 사실을 알고 구명정과 구명조끼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세르벨 부부는 젊은이들처럼 행동이 재빠르지 못했기 때문에 구명조끼를 하나밖에 구하지 못했습니다. 물이 쏟아져 배 안으로 들어오자 남편은 아내에게 함께 바다에 뛰어들자고 했지만 아내는 수영을 하지 못하므로 망설이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한사코 만류하는 아내에게 하나뿐인 구명조끼를 아내에게 입힌 뒤 입을 맞추고는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 뛰어내려요. 걱정하지 말고"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고 아내 니콜은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물이 얼음처럼 차가웠습니다. 해역의 수온은 8도였다. 니콜이 큰소리로 남편을 찾자 어둠 너머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걱정하지 마요. 난 괜찮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남편은 사라졌습니다. 니콜은 파도에 떠밀려 근처의 바위로 올라갔고 마을 주민들에게 구조됐습니다. 그러나 괜찮을 거라던 남편은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하네요.

노부부가 보여준 순애보입니다. 죽음 앞에 태연할 사람은 없습니다. 아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 놓은 남편 세르벨의 사랑은 위대하기까지 합니다.

이 부부의 사랑을 보면서, 사랑은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노력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귀중한 성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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