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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하느님 법의 '보편성'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06 조회수659 추천수10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5주간 화요일 - 하느님 법의 ‘보편성’

 




 

 제가 신학생 때 유학 가서 같은 기숙사에 사는 외국 신부님들과 미사를 드렸습니다. 한국에서는 매우 엄격하게만 여겨졌던 미사에 그 분들은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오셨습니다. 한 명이 복음을 읽을 때는 장궤틀에 한 발을 올려놓고 팔짱을 끼고 복음을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연신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어대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시끄러워서 미사에 집중이 안 되었습니다. 코가 헐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당장 쫓겨날 정도였습니다. ‘저 분들이 신부님들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서 이런 생각은 저의 편견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손을 합장하고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은 인도에서 들어온 우리들의 문화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 사람들은 코푸는 것은 아무 상관없고, 대신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절대 제체기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제체기 참는 것을 배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연습을 하니 터져 나오는 제체기도 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체기가 나오면 참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화의 인사를 악수로 할 때 우리는 보통 두 손으로 공손하게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두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은 욕입니다. 외국인들이 욕을 할 때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것을 받치고 있는 모양을 생각하면 잘 알 것입니다. 외국인들은 한 손으로만 인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왜냐하면 미사 안에서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기 자신들의 문화만을 앞세워 자신들의 관습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래서 그것 때문에 문화가 다른 사람을 미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미사의 ‘보편성’을 망각한 것입니다.

간디도 영국에서 유학할 때 성당을 찾았었는데 그 시간엔 백인들만 미사 보는 시간이라고 해서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다음부터는 절대 성당을 찾지 않았습니다. 간디는 하느님은 ‘보편적’이시듯이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전례도 보편적이어야 하는데 특수한 사람들만을 들여보내는 그런 전례는 신이 만들어 놓은 전례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오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고 음식을 먹어야하는 그들의 관습을 지키지 않는다고 나무랍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특수한 관습은 지킬 줄 알면서, ‘부모님을 공경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법은 지키지 않는 그들의 위선을 꾸짖으십니다. 부모님께 가야 할 것들을 ‘코르반’, 즉 하느님께 바친다고 하면서 부모님을 봉양해야 할 의무를 무시하며 사는 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참다운 법일수록 ‘보편적’이어야 함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이스라엘 여행할 때 한 식당에 고추장을 가지고 들어갔더니 그것을 먹으려면 식당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식당에서 돼지고기라도 들어있을 수 있는 음식이 반입되는 것조차도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님이 다른 것 말고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면 그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더라도 그 고기를 가져오지 않을 사람들 같았습니다. 돼지고기 안 먹는 법은 특수한 사람과 지역에서만 지켜지는 법이지만, 손님을 잘 접대해야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하는 보편적인 법입니다.

 

우리 교회를 ‘가톨릭’이라고 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우신 것은 모두 보편적입니다. 보편적이라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는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영원하신 분이기에, 우리 교회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한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특수한 지역에서 행해지는 특수한 관습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더 보편적인 법이 더 중요한 법이기에, 그런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을 짓눌러서는 안 됩니다.

 

성체를 영해 주는데 한 분이 계속 오른 손을 위쪽으로 하고 왼 손을 아래로 내려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고쳐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참았습니다. 1년이 다 되어 갈 때쯤 그 분의 왼 손이 잘려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바로잡아 주려고 했다면 상처를 입으셨을 것입니다. 왼손이 위로 가든지, 오른 손이 위로 가든지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그 분이 정성스럽게 성체를 영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유일한 법, 그것은 그 분께서 우리를 위해 생명을 바친 것처럼, 우리도 이웃을 위해 생명을 바치는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 법을 첫 번째로 삼는다면 유색인이라 미사에 들여보내지 않는 일이나, 코르반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를 봉양하는 의무를 소홀이 하는 것이나, 손 씻는 문제로 힘겹게 배를 채우고 있는 제자들을 비판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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