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7 연중 제5주간 화요일 열왕 상8,22-23.27-30 마르7,1-13

하느님 사랑, 사람 사랑

“만군의 주님, 당신 계신 곳 사랑하나이다.”

오늘 미사 중 화답송 후렴을 노래하며 생각 난

어제 강론 주제 ‘귀향(歸鄕;coming home)’입니다.

제목 자체가 풍부한 영적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귀향이라는 말을 화두로 삼아 지내면서 많은 위로도 받았습니다.

우리 삶은 우리 본향이신 하느님께로 가는 귀향의 여정입니다.

더불어 생각난 ‘홀리다’라는 말입니다.

‘여우에 홀리다.’ ‘귀신에 홀리다.’ 라는 말도 있듯이

귀환의 여정 중에 세상 것들에 홀려 좌초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오늘 새벽 보름달이 참 밝았습니다.

하느님은 밤 온 누리를 환히 비추는 달 같은 분이며

낮에는 온 누리를 환히 비추는 해 같은 분입니다.

‘달빛에 젖으면 신화가 되고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합니다.

귀환의 신비가 하느님을 통해 드러나듯

신화와 역사의 궁극의 의미도 하느님을 통해 밝혀짐을 깨닫습니다.

왜관 수도원 본원장 김뽈리카르보 신부의 아버지에 관한 기사가

감동적인 교훈이었습니다.

약간 길다 싶지만 인용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별세하신 후 18년 동안 홀로 사시면서

오남매가 자기 갈 길을 찾아가는 것을 다 지켜보셨다.

…누님 수녀와 두 형제 신부가 수도서원을 하고 사제품을 받을 때에는

무척 기뻐하시며 말씀하셨다.

“네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기뻐하시겠구나.

청춘은 잠깐이다.

어지간히 길지 싶어도 잠깐 사이에 청춘은 지나간다.

인생은 잠깐이다.

늘 시작한 때의 마음, 그 순수한 열정으로 항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도 중에 서로 기억하면 좋겠다.

또 임종 사십일 전에는 다음 같이 말씀하셨다.

“내 한 몸 홀로 살다가 이렇게 돌아가니 만사가 깨끗하지 않느냐.

나의 길과 너희의 앞길을 위하여.”-

험한 세상 한 복판에서 성인처럼 아름답게 사시다가 귀향하신

신부님의 아버님 ‘김 야고보(藥五鳳)’님이십니다.

하느님만을 찾는 우리 수도승의 삶 역시

전형적인 귀향의 여정에 단순하고 본질적인 삶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승들은 복잡하고 혼란한 삶을 생래적으로 거부합니다.

구구한 변명이나 핑계도 질색합니다.

주변이 시끄럽거나 장식으로 덮여있으면

하느님이, 사람이 가려 보이지 않기에 침묵을, 단순한 공간을 선호합니다.

하여 투명하게 드러나는 겨울의 자연을 좋아하는 수도승들입니다.

나뭇잎들 떨어져나가야 푸른 하늘 환히 보이듯,

이런 비본질적이고 부수적인 것들이 떨어져 나갔을 때

투명하게 들어나는 하느님 사랑이요 사람 사랑입니다.

오늘 말씀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이해됩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관습이나 전통이나 율법을 자체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균형을 비판합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덮어버린 과도한 관습, 전통, 율법에 대한 비판입니다.

‘코르반’처럼

율법을 핑계 삼아 부모공경의 인륜을 저버린 행태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일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본말전도, 주객전도의 어리석은 행태에 대한 예수님의 준열한 비판입니다.


모든 판단의 잣대는 하느님의 계명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입니다.

모든 계명과 율법을 요약하면 사랑의 이중계명만 남습니다.

이런 저런 관습이나 전통, 잡다한 율법 준수에 마음을 뺏기다보면

하느님이나 사람은 실종될 수 있습니다.

오늘 1독서의 솔로몬의 기도를 통해 환히 드러나는 하느님입니다.

하여 성전이나 성전 전례는 단순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단순하고 진정성 넘치는 전례를 통해

환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사랑의 하느님입니다.

여기 우리 수도원 성전처럼

모두가 중심의 제대와 십자가의 그리스도로 집중되도록 해야 이상적입니다.


주님의 제단 앞에 서서

하늘을 향하여 두 손을 펼치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솔로몬은

흡사 제대 앞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 같습니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위로 하늘이나 아래로 땅 그 어디에도 당신 같은 하느님은 없습니다.

마음을 다하여

당신 앞에서 걷는 종들에게 계약을 지키시고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당신 종과 당신 백성 이스라엘이 이곳을 향하여 드리는 청을

들어주십시오.

들으시고 용서해 주십시오.”

마치 미사경문의 기도문 같습니다.

하느님과 예배드리는 백성만이 환히 드러나는 솔로몬의 성전전례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당신의 집에 귀향하여

당신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구원을 선사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