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만찬으로의 초대] (23) ‘말씀 전례의 요소 : 강론 · 신경 · 보편지향기도’
“우리 안에서 사랑이 자라고 있나요?” 강론 “주례자는 강론을 할 때에도 고유한 임무와 더불어 하느님 말씀에 대한 봉사 직무를 수행한다. 그는 강론을 통하여 형제들이 성경을 이해하고 맛보도록 이끌며, 신자들이 마음을 열어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들에 감사하게 하며, 전례 거행에서 성령의 활동으로 성사가 된 말씀으로 참석자들의 믿음을 기른다. 마지막으로 신자들이 효과 있는 영성체를 하도록 준비시키고, 그리스도인 삶의 본분을 실천하라고 격려한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41항) 말씀 전례의 한 부분인 강론은 성품 직무자(주교, 사제 또는 부제)에게 맡겨진 중요한 임무다. 사제는 강론을 통해서 어떻게 하느님의 말씀을 효과적으로 선포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때로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증거한 열정의 사도 바오로 역시 자신이 지닌 인간적인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과 부족함을 복음을 선포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로 여기지 않았다. “형제 여러분, 나도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 뛰어난 말이나 지혜로 하느님의 신비를 선포하려고 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사실 여러분에게 갔을 때에 나는 약했으며, 두렵고 또 무척 떨렸습니다. 나의 말과 나의 복음 선포는 지혜롭게 설득력 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1코린 2,1-4) 그렇다. 사제가 강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곧 그분의 십자가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다. 사제든 신자든 복음 선포의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 자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2코린 4,5 참조). 강론을 준비하는 사제와 강론을 듣는 신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겸손과 사랑이다.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9) 사제는 겸손히 기도하는 자세로 하느님 말씀을 대하고 강론을 준비함으로써 주님의 마음과 그분 백성의 마음을 이어 주고 결합시키는 아름다운 사명을 수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강론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이 숙고하며 하신 말씀은 의미심장하다. “매일 그리고 매 주일마다 강론을 준비할 때 우리의 열정을 새롭게 하고 우리가 선포하는 말씀에 대한 사랑이 우리 안에 자라나는지 성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일 독서 말씀이 먼저 사제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면 신자들의 마음속에서도 찬란하게 울려 퍼질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149항) 그럴 때 사제와 신자 모두에게 강론은 “성령을 강렬하고 기쁘게 체험하는 일”이 되고 “쇄신과 성장의 지속적인 원천이신 하느님 말씀, 위로하시는 하느님 말씀을 만나는 것”(「복음의 기쁨」 135항)이 될 수 있다. 신경(신앙 고백) “미사를 거행하는 동안 예식 규정에 따라 신앙 고백 곧 신경을 한다. 그 목적은 회중이 독서와 강론에서 들은 하느님 말씀에 동의하고 응답하며, 성찬 전례로 신앙의 신비를 거행하기 전에, 교회가 승인한 양식문으로 신앙 규범을 새기게 하려는 것이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29항) 믿음의 상징인 ‘신경’은 교회가 고백하는 신앙의 종합이자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믿나이다.”(Credo)라는 말로 시작하는 신경은 초세기부터 세례를 위한 신앙 고백문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로마 교회의 세례를 위한 옛 신경으로 사용된 ‘사도 신경’은 사도들의 신앙을 충실히 요약한 ‘가장 오래된 로마 교리서’라 할 수 있다. 2002년에 마련된 새 「로마 미사 경본」(제3표준판)에서부터 ‘세례 신경’인 사도 신경의 위상이 복원되어 미사 통상문 안에 정식으로 제시되었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이 신경의 권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 신경은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의 사도좌가 있고 그곳에서 공적인 결정을 내렸던 로마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신경이다.”(「신경 해설」 7)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초기의 두 공의회, 곧 니케아(325년)와 콘스탄티노폴리스(381년) 공의회의 결실로써 큰 의미를 지니며, 오늘날에도 동방과 서방의 양대 교회에서 공히 간직하고 있는 신경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95항 참조) 보편 지향 기도(신자들의 기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의 결실 가운데 하나는 보편 지향 기도 곧 ‘신자들의 기도’를 복구시킨 것이다. 신자들, 곧 하느님 백성으로서 세례 받은 이들은 믿음으로 받아들인 하느님 말씀에 응답하고 사도 바오로의 권고에 따라서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 간청한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보다도 먼저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청과 기도와 전구와 감사를 드리라고 권고합니다.”(1티모 2,1)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에서 바치는 보편 지향 기도는 옛 로마 전통에 따른 이 기도의 가장 오래된 내용과 형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 김기태 신부(인천가대 전례학 교수) - 인천교구 소속으로 2000년 1월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25일, 김기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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