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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학입시에 시달렸던 젊은이에게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10 조회수314 추천수1 반대(0) 신고
 

 해마다 반복되는 대학입시의 소용돌이가 잦아드는 느낌이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수시와 정시뿐 아니라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까지 등장한 대학입시는 전국의 모든 대학과 다양한 학과를 지원자의 성향이나 개성과 무관하게 수직 서열화했고, 서열화에 밀린 지방의 대학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지원자가 없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대학은 늘어날 추세라는데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열기는 해마다 뜨거워진다.


 

 수도권 대학에 지원자가 몰리는 건 취직 때문이다. 취직에 유리한 대학의 순서대로 입학하다 보니 소외되는 지방대학은 몰락으로 이어지는데, 어느새 수도권마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로 취업난이 심해졌다. 국가의 경제규모가 커질 때 큰 어려움 없이 졸업과 동시에, 심지어 3학년을 마칠 즈음, 대학생들은 골라잡아 취지했지만, 요즘은 자격증을 두루 완비해도 마음에 드는 직장은 멀기만 하다. 박사 학위를 받아도, 유학을 다녀와도, 고시에 합격해도, 장래를 보장하는 탄탄대로는 좀처럼 눈앞에 열리지 않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단 1점을 높이려고 전국의 고등학생, 아니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혹독한 학습에 경쟁적으로 시달려야 하는 우리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오로지 대학 졸업 후의 취직을 위해 일찌감치 벌어지는 참혹한 경쟁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조장되는 불안심리는 비인간적인 경쟁구조로 나와 내 가족을 사정없이 몰아넣는다. 끔직한 입시와 취직경쟁에 일단 성공해도 안심할 수 없다. 국가의 성장이 멈추거나 내려가는 순간, 안정되었다 믿었던 직장은 감원을 서두를 것이다.


 

 정부와 현재 잘나가는 기업은 고령화로 젊은이의 부양 인구가 늘어나면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 지레 걱정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최근 유럽의 금융위기는  우리까지 영향을 주어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고 언론은 전한다. 나라 밖의 경제사정이 나라 안의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는 시대다. 우리의 성장은 언제까지 안정된 직장을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경쟁승리를 위한 대학입시는 더욱 혹독해져야 하는 걸까. 일부 젊은이의 한시적인 성공을 위해 우리와 국제사회가 모조리 경쟁으로 치달으며 막대한 실패자를 양산해야 하나.


 

 겨울철 전기소비를 걱정하는 우리는 세계의 석유매장량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소비하는 양보다 퍼올리는 석유가 모자라기 시작하면 가격은 당연히 치솟고 전기요금도 상승하지 않을 수 없다. 석탄도 우라늄도 따라서 가격을 올릴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사정이 아니므로 소비위축은 세계로 미칠 테고, 양질은커녕 감내할만한 직장은 드물어질 것이다. 월급 88만원을 받는 젊은이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안도해야 할지 모른다. 현재 그리스의 젊은이들은 그 이하의 자리도 구하지 못해 거리로 나오지 않던가.


 

 많은 젊은이가 몰리는 커피전문점의 바리스타 직종은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젊음을 바쳤던 사람이 명예퇴직하고 길거리에 개업하는 떡볶이집도 대학졸업장과 무관하다. 그러고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가는 직장, 그 직장에서 담당하는 업무와 그 기간은 전공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전공을 지키는 시간은 매우 짧은 게 오히려 보통이다. 대학보다 직장에서 눈치껏 배우고 익힌 업무에 잠시 종사하다 한창때 그만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대학에 들어가려 그리 애써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열정을 진작 다른 데 돌릴 수 없는 것인가?


 

 대학에 들어갔든 아니든, 개성과 의지가 있는 젊은이라면 모두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대부분의 사회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이도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 자원이 부족해질수록, 경제가 위축될수록 대졸자의 일은 줄어든다. 그렇다면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갔든 아니든, 이 땅의 젊은이들은 내일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웃을 배제해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경쟁은 아니다. 고통과 행복을 나누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회의 완성을 고민하며, 그런 사회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곧 봄이 올 텐데.


 


 

               -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 환경연구소 소장.    야곱의우물 2월호,  교회와 사회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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