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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1일 연중 제5주간 토요일(세계 병자의 날)-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11 조회수540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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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연중 제5주간 토요일(세계 병자의 날)-마르코 8장 1-10절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사람들은 사천 명가량이었다.

 

<병실 사도직>

 

 

    오늘도 길고도 지루한 투병생활로 힘겨워하고 계시는 환우 여러분들, 얼마나 고생들이 많으십니까? 때로 왜 하필 이 몹쓸 병이 내 인생에 끼어들어 나를 못살게 하는가, 부르짖으며 눈물도 많이 흘리셨겠지요? 때로 하느님께서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 치유의 주님이시라면서 어찌 이리도 참혹한 현실을 내게 겪게 하시는가, 원망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오랜 세월 꽤나 끔찍한 병치레를 해봐서 환우들이 오늘 겪고 있는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고도 어두운 터널 속에서 답답해하던 그 시절, 참으로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

 

    정말 힘드시겠지만, 때로 지금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만큼 고통이 끔찍하고 그로 인한 십자가가 혹독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드셔도 이 한 가지는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절대로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끝이 보이지 않아 괴로우시겠지만 이 고통에 반드시 끝이 있다는 것, 비록 더디게 오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오신다는 것, 그분께서는 기필코 내 인생에 개입하실 것이라는 것, 머지 많아 이 서러움의 뜨거운 눈물을 기쁨의 춤으로 바꾸어주실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우리에게 살짝 보여주십니다. 빵 일곱 개로 사 천명 가량 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언젠가 큰 축제를 치루면서 천 명 정도 손님을 맞이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점심식사 한 끼 대접하느라 공동체 모든 식구들은 며칠 내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시장 봐와야지, 찬거리 다듬어야지, 요리해야지, 식탁 차려야지, 설거지해야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 일곱 개로 가볍게 천명 이 천명도 아니고 사천 명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진리의 말씀에 목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군중들은 사흘 동안이나 굶어 정신조차 혼미했었는데, 겨우 빵 7개로 그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요? 우리의 미약하고 작은 나눔이 큰 축제로 변화되는 곳,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선행이 엄청난 사랑으로 확장되는 곳, 우리의 작은 희생과 고통에 대한 인내가 하느님 나라의 풍성한 결실로 성장하는 곳...

 

    많은 환우들께서 품는 의문이 한 가지 있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이 투병생활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투병하느라 돈이란 돈은 다 까먹고,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고...

 

    절대로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고통을 잘 참아 견딜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꺼이 우리의 병과 맞설 때, 우리가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갈 때 우리는 예수님처럼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모든 환우 여러분들, 여러분의 삶에 분명히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환우 여러분도 병실 안에서, 병과 함께 훌륭한 사도직에 참여할 수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여러분 주변 사람들을 한번 살펴보십시오. 그들은 모두 여러분들이 감사와 사랑을 표현해야 할 대상들입니다. 환우 여러분을 위해 간병하느라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자주 해드리는 것, 너무나도 훌륭한 사도직입니다. 여러분의 치료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의료인들에게 환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 역시 좋은 병실 사도직입니다. 여러분이 시시각각 온 몸으로 체험하는 고통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 역시 정말 좋은 사도직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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