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11 연중 제5주간 토요일(세계 병자의 날)

열왕 상12,26-32;13,33-34 마르8,1-10

하느님 친화적인 삶

텅 빈 푸른 하늘에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은

텅 빈 마음 하늘에 떠오르는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텅 빈 광야에서 당신 백성들을 빵으로 배불리신 주님은

오늘 광야 인생 중에 있는 우리를

당신 생명의 미사 식탁에 초대해주셨습니다.

텅 빈 마음 하늘에 사랑의 태양으로 오시는 성체성사의 주님이십니다.

오늘은 하느님 친화적인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자연 친화적인 삶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 조화된 자연친화적인 삶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입니다.

자연의 배경을 가려버리고 자연과 부조화된 무질서하고 혼란한

거대한 건물들을 대하면 참 답답함을 느낍니다.

예전 시골 마을의 집들은 뒷산의 배경과 조화된

작고도 겸손한 자연친화적인 집들이었습니다.

배경의 자연을 가려버린 자연과 부조화된 집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 배경의 하느님을 가려버린,

하느님이 머무실 자리가 없는

내 중심의 삶이 온통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은

바로 하느님과 조화된 하느님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하느님 친화적인 삶을 뜻합니다.

박 원순 서울 시장의 인터뷰 기사 중 마지막 대목이 신선했습니다.

“나는 뚜렷한 게 없는 시장으로,

  그렇지만 시민들의 삶은 윤택해지고 서울은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시장으로 남고 있다.

  도대체 저 사람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싶다.

  시경에 보면 농민이 밭을 갈고 있는데,

  황제가 지나가도 못 알아 봤다는 고사가 있다.

  시장이 너무 요란하면 시민이 불편할 수 있다.”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고백입니다.

온통 배경인 시민과 조화된 시민 친화적인,

인위(人爲)가 아닌

무위(無爲)의 삶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는 겸손한 고백입니다.

삶이 힘들고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것은

하느님의 자리에 내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하느님 대신 나로 가득할 때

탐욕과 교만, 불안과 두려움, 근심 걱정입니다.

오늘 1독서의

북 이스라엘의 임금 예로보암과 복음의 예수님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전자는 나로 가득 차 있기에

불안과 두려움 속에 중심을 잃고 있는 모습입니다.

넉넉함과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한 마디로 믿음 부재를 상징합니다.

남 유다에 대한 두려움에 나라 곳곳에 산당을 짓고

제멋대로 사제를 임명하며 금송아지 우상에게 예배드리게 합니다.

하느님 친화적인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느님이 가려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마침내 예로보암 집안은 이런 일로 죄를 지어,

멸망하여 땅에서 사라지니 참 비참한 종말입니다.

반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마음은 믿음으로 텅 빈 마음입니다.

믿음의 빛만이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을 몰아내

텅 빈 충만의 믿음을 살게 합니다.

텅 빈 광야에서 예수님의 텅 빈 마음을 통해 일어난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예수님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 광야의 절망적 상황에서도 추호도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습니다.

참으로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믿음의 자세로

침착하게 하느님의 임재(臨在)를 기다립니다.

“이 광야에서 누가 어디서 빵을 구해 저 사람들을 배불릴 수 있겠습니까?”

보이는 광야 현실 넘어 하느님을 보는 믿음의 눈이 없는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그 광야 현실 넘어 하느님의 임박한 도래를 내다봅니다.

군중을 땅에 앉게 한 후 빵 일곱 개를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서 군중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고,

작은 물고기 역시 축복하신 다음 나누어 주게 하십니다.

사천 명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만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합니다.

광야에서 일어난 풍성한 은총의 기적을 상징합니다.

과거의 시나이 광야에서의 만나의 기적을 연상케 하며

미래에 있을 하느님 나라 잔치를 보여줍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광야 인생 여정 중에 있는 우리를

당신 말씀과 생명의 성체로 우리를 부요하게 하시고

부족한 믿음을 더해 주시어 더욱 하느님 친화적인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