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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친절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13 조회수715 추천수0 반대(0) 신고

 

친절 23

많은 택시손님들을 모시면서 승객들로부터 받는 느낌은 매우 다양하다. 각자의 인품에 따라 밝거나 어두운, 기쁘거나 슬픈, 혐오스럽거나 존경스럽거나 내 마음 안에 느낌으로 전해져온다. 그것은 말과 행동 표정 등에 평소의 생각과 태도들이 인생이란 시간 안에 그대로 묻어 냄새나듯 풍기기 때문이다.

하필 지치고 힘들 때 타신 손님께서 전화를 하면 택시기사로서 듣는 일밖에 도리가 없다. 그것도 짜증나는 반쪽자리 한쪽대화만, 하지만 점잖고 부드럽게, 밝고 기쁘게, 아름답고 친절 하게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내 마음은 어느새 그분들의 마음으로 동화되어 피로가 풀리며 힘을 얻는다.

어떤 손님은 승차 하시자마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드러눕는 분들이 계신데 대부분 젖혀놓은 그대로 하차하신다. 다른 어느 분은 창문 좀 열어도 되겠습니까? 하며 조금 여시고 내리실 때는 창문을 다시 올려놓고 덕분에 잘 타고 왔습니다. 하며 가신다. 가시는 뒷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정말 품위 있는 분들만 모시고 싶은 욕심이 난다.

세상에는 친절한 분들이 많이 있고 우리 택시업계에도 친절한 기사 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택시에 타는 손님들은 아직도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어린이 여성 노인들 그리고 거의 모든 손님들께서 그러하다. 좋지 않은 우리나라의 택시 문화 때문인데 그것은 기사들의 책임만이 아니라 국가와 서울시의 정책 탓이 더 크다. “남 탓하는 것은 언제나 잘못일까?”

친절하게 승객을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처자식을 위하여 돈을 버는 일이다. 당연히 더 많은 수입과 사납금을 채우기 위하여 눈을 질끈 감을 때도 있다. 모든 서비스업은 친절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지만 유독 택시종사자들은 승객들께 친절하면 경험상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이 마음에 깔려있다.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은 위험하고 힘들며 돈은 적게 버는 기사 탓 만 할 일이 아니다.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것이 기사들의 몫이라면 또 몰라도 하여간 친절하게하면 골목 들어가기, 시간 끌기, 많은 짐 실기, 반말 듣기, 떠들기, 운전 지시하기 등 친절한 기사에게 후한 분도 있지만 대부분 얕잡아 보기가 일수이며 더 인색하다.

함께 택시 운전하는 친구가 있는데 항상 짧은 머리를 하고 너무 강해보여서
한마디 했다.
머리 좀 길러 부드럽게 보이도록~
형! 그러면 맨 골목이나 들어가자고 해~ 바뻐 죽겠는데 말이야!
나는 대답도 잘 안 해!
볼 때도 째려보고~

개인 심성 탓도 있지만 다 이유가 있어 그런 것이다. 나 역시 승객들께 보여지는 느낌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승차하시고 나에게 받는 느낌이 있을 터인데 편안한 마음을 주었는지 불안한 마음을 주었는지 말이다.

기술력이 비등한 요즈음은 우리나라도 서비스와 친절문화가 대기업 성공의 승패를 좌우한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상냥하게 전화 받기 인사하기 보증수리 창구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친절함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월급 좀 받자고 저렇게들 친절한데, 바오로! 너~지금 뭐하는 신자야?

정말 남들은 잘도 하는데 나는 왜 이렇지? 복음을 증거하기위하여 십자고상을 정면에 모시고 다니는 나로서는 살피고 개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절하면 나에게 떠오르는 형, 장 시덕 스테파노 나는 형을 닮기로 하고 주님께 기도하였다. 주님께서는 묵상기도 안에서 나에게 친절에 대한 지혜와 용기를 주셨다. 똥그랗게 눈을 뜨고 기사의 눈치를 살피는 어린아이들에게 안녕하며 웃어주면 잠시 후 어머니께서 아저씨 이놈한다~ 가만히 못 있어! 나는 한 번도 이놈 해본 적 없지만 이놈은 항상 내 몫이고 아이들은 귀엽기만 하다. 초등학생들에게 존대하기, 승객들에게 미소 짓기, 부드럽게 인사하기, 환자 노인 문열어주기, 선글라스 안 쓰기, 손님위주로 운전하기, 컨디션 조절을 위하여 성가 부르기, 가요 흥얼거리기, 힘들거나 불행해보인 분들을 위하여 기도해주고 내안에 기쁨과 친절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드리고 힘을 받아 승객들에게 미소와 친절로 답 할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주님의 이끄심이었다.

만나는 많은 승객들과 대화하다보면 나는 믿으면 천주교를 믿겠다고 하는 분들을 자주 뵙는데 천주교와 교우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긴 세월 지금까지 십자고상 앞에 모신 승객이 어림잡아 30십만 명은 될 터인데 십자가를 지고 다니며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중얼거리며 맞는 말을 하면서도 거부감을 주는 이들과 같았는지? 믿으면 천주교를 믿어야지! 하도록 친절과 정성을 다 했는지 두렵다.

지금까지 살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손님들께 친절과 편안함을 드려야 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잘못한 것은 다 내 탓이고 옳은 일은 나를 사랑하시고 이끄시는 하느님의 은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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