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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웅석봉의 마리아♡♧♧
작성자조화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19 조회수416 추천수1 반대(0) 신고

필선은 오늘도 안개가 희뿌연 건넌편 산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여자가 누운 형상을 하고 있는 꽃 봉산은 그렇게 눈에 들어와 생각의 또아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 집에 이사를 온 게 필선의 나이 다섯 살 때입니다. 아버지가 읍내 버스 정류장 뒤 논을 사들여 터를 파고 상량식을 하고 덕우지 감나무 집에서 오리사육장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된 것입니다. 군대 제대 후 춘천에서 장사를 하시어 큰돈을 버신 아버지는 큰 형님께 맡겨둔 재산을 눈곱만큼 반환받아 이 집을 지었습니다. 이 집에서 먹고 살고 겨울이면 눈이 마당에 수북이 쌓이고 집 앞 오리장의 오리들이 연못에 나오지도 못할 정도로 얼음이 꽁꽁 어는 날에는 오빠들과 썰매를 타고 엄마가 사준 털장갑에 콧물이 얼어붙어 떨어지지도 않을 만큼 놀고 나면 해가 졌지요.

여지없이 봄은 오고 앞산 여자 산에도 진달래가 피었는지 불긋하게 빛을 품어 냅니다. 필선이 다니는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는 웅석봉이 보입니다. 저 여자 산이 웅석봉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자 산에 올라봐야겠다. 필선은 통닭집 아저씨 딸 정화와 선미에게 함께 여자 산에 오를 것을 제안합니다. 정화는 그 때 진주에서 갑상선 수술을 하여 벌써 목에 수술자국이 있었습니다. 정화의 목 술통에 있는 자국들을 의식하면 필선은 정화네 집에서 본 닭들이 목이 비틀어 진 채 털 뽑는 통돌이 기계에 들어가 온 털이 뽑혀 닭살이 된  불거진 배를 툭 까고 튀어나온 모습이 생각나곤 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오전수업을 마친 필선은 친구들과 등반을 합니다. 고사리를 꺾어다 머리에 꽂고 수풀들의 까칠한 방해를 받으며 누워 하늘을 봅니다.

저 하늘이 나를 낳았나!

저 곳에 하느님이 계신가?

1학년3반 성 순 희 선생님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건넛마을 숲에서 양이 우는 밤 하늘나라 천사가 노래하는 밤 우리 구주 예수가 탄생하신 밤” 노래를 불러 주곤 하셨단 말이야. 지금 저 하늘의 구름이 나의 천사일까 ?

흘러가는 구름이 미소 짓습니다.

우리 조상은 어찌하여 이 먼 곳까지 오셔서 나를 존재하게 하셨단 말인가?  중국 후당 사람 조정이 신라 말에 두 동생 조부와 조당을 데리고 고려 개국공신들을 도와 고려 통일에 공을 세운 이가 우리집안의 시조.. 우리 할머니들은 김 씨들이 많고 고조할머니는 여씨, 우리 외할머니는 김씨, 우리 어머니는 경주이씨, 우리 외할아버지의 엄마들, 우리 외할머니의 엄마들은 이 삼한 땅에서 대대로 살아온 구석기인들의 조상들..?

신석기 해빙기를 거쳐 오도 가도 못한 이들이 한반도에 갇혀 대대로 농사와 수렵을 하면서 오순도순 살아온 이 땅. 단군이 개국하시고 예맥 족과 부여족이 남하하여 삼남지방에 터를 잡으시고 백제 부여족이 도래하여 일본 황실의 시조가 되고 메이지 유신을 통하여 강성해진 일본은 다시 본국인 조선을 침략하고 우리 막내 외할아버지를 징용으로 끌고 가고 홋카이도 이 누트 족의 문화를 말살하고....

아! 내 몸속에 흐르는 이 피들은 정녕 가해자 혹은 피해자?

지금 필선은  그 어릴적 탁구 치러 놀러갔던 웅석봉 성당 모퉁이 언저리 성모상 앞에  머리채를 떨구고 기도합니다.

웅석봉의 마리아여!  2012년 전 그 사막 땅 동굴에 집을 짓고 예수와 남편 요셉과 사시며 인간의 삶을 일구신 분, 오늘 이 웅석봉의 품안 한 귀퉁이에서 기도하는 자의 간절한 생각을 내치지 마시어 온당하지 않는 것을 온당하다 하는 우격다짐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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