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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재의 수요일2012년 2월 22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20 조회수424 추천수5 반대(0) 신고
재의 수요일2012년 2월 22일
 
마태 6, 1-6, 16-18.
 
초기 신앙인들은 부활 축일을 앞두고 사흘을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실천하며 특별하게 보냈습니다. 이 세 가지의 실천으로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에 참여한다고 믿었습니다. 4세기 초, 로마제국이 그리스도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자, 교회는 이 사흘의 실천을 40일로 늘렸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사순(四旬) 시기입니다. 그들이 40일을 택한 것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였다는 복음말씀이 있고, 우리도 예수님의 그 고행에 참여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사순 시기의 역사가 이렇게 긴 반면에, 재의 수요일 역사는 짧습니다. 모든 신자들에게 재를 뿌리는 오늘의 전례(典禮)는 15세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재는 인생이 덧없음을 표현하는 상징입니다. 오늘 전례에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뿌리면서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것은 창세기(3,19)에서 가져온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외면한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선과 악의 최종 기준으로 삼고 살고자 하였을 때, 하느님이 인간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이 그 안에 불어넣으신 하느님의 숨결이 사라지면, 재와 같이 허무한 인생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허례허식을 끊어버리고, 하느님의 숨결, 곧 성령을 모시고 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사순 시기는 그때 한, 그 약속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성령이 하시는 하느님의 일을 우리가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주어졌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며, 모든 일을 우리를 기준으로 판단하고자 합니다. 나의 편안함, 나의 미래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을 잘 가꾸어서, 우리 자신이 중요하게 평가되게 살았던 삶을 의미합니다. 우리 자신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그들의 중심이 되어 살 수 있을 때, 우리는 성공하였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재물도 모으고, 지위도, 권력도 얻으려 노력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는 것도, 하느님의 도움으로 그와 같은 성공을 얻기 위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성공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대우받도록 해 주는 하느님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머리에 재를 뿌리는 것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숨결이 살아 계시지 않으면, 우리는 재와 같이 헛되고 헛된 존재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실 때, 인간에게 주신 당신의 숨결을 우리의 삶 안에 살아 계시게 하여, 하느님의 자녀 되어 살겠다는 결심을 유도하는 오늘의 전례입니다.
 
창세기 2장은 하느님이 진흙을 빚어 사람의 모상을 만드시고, 그 코에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으셨더니, 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인간은 하느님을 외면하고,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선(善)과 악(惡)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그 사실을 창세기는 인간이 선과 악을 알 수 있는 나무 열매를 먹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창세기는 하느님의 입을 빌려 말합니다. “흙에서 난 몸이니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면, 하느님의 숨결이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요한복음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발현하셔서 제자들에게 숨결을 불어 넣으셨다(20,22)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숨결로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하신 일들을 실천하면서 그분의 숨결을 삽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당신 한 사람을 위해 살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면서 하느님의 일, 곧 주변의 생명들을 고치고 살리는 일을 하며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다가 당신 목숨을 잃기까지 하였습니다.
 
사순 시기는 예수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살아 계시게 하여,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 되어 사는 길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그것을 위해 복음서가 기록될 당시부터 사람들에게 권장된 것이 단식과 자선과 기도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이 세 가지를 가식(假飾) 없이, 진실 되게 실천하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에 살아 계시게 하는 데 필요한 인간의 세 가지 수행(修行)입니다.
 
단식은 모든 종교에 있는 수행입니다. 단식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던 일을 잠시 중단하는 것입니다. 먹고 마시는 일상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인생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우리 삶의 참다운 보람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 수행입니다. 이 지구상에는 많은 생명이 아직도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라도 그들의 고통에 참여하며, 그들도 우리와 같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실천이기도 합니다.
 
자선, 곧 자비로운 실천은 하느님의 일입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의 숨결이 살아계신 사실을 자각하고 그분이 하시는 일을 우리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베푸시는 분이라, 우리도 그 베풂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하신 일이었고, 그분의 숨결이 우리 안에 계셔서 나타나는 실천입니다. 우리가 베푸는 것은 돈이나 물질만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시간, 우리의 정성, 우리의 지식과 기술도 우리가 이웃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좋은 것들입니다. 각자 자기만을 생각하고 바쁘게 사는, 삭막하고 살벌한 세상에,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친절하게 또 따뜻하게 다가가는 것도 훌륭한 베풂의 실천입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숨결이 우리의 삶 안에 살아계시게 교감하는 시간입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숨결이 우리 안에 흘러들게 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우리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모두 하느님에게 보여드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당신의 크신 자비와 사랑으로 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도록, 그들을 하느님에게 내어 맡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늘 재를 머리 위에 뿌리면서, 우리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우리 삶의 중심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롭게 새기는 날입니다. 우리는 오늘 하느님에게 기도합니다. 하느님이 오셔서 우리의 중심이 되시고, 우리의 숨결이 되어주시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이 아버지로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가 그분의 생명이 하시는 일을 배우고 실천할 것을 마음다짐 합니다. ◆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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