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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신령한 언어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21 조회수1,073 추천수2 반대(0) 신고

 

심령기도 20

기분 좋은 아침 아파트계단을 내려가며 나도 모르게 뜻 없는 소리로 흥얼거린다. 마치도 성악가의 노래 소리인양 내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운 소리가 되어 울려온다.

나는 뜻 모를 말소리로 미사를 드린 기억이 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미사경문을 라틴어로 바쳐 올렸다. 나와 같은 어린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다 외워 따라했다. 신부님께서 “도미내스보비스끔” 하시면 “애끔스비리뜨또음 하고 응을 했고, 내 탓이오 를 “미아꿀빠 미아꿀빠 미아막시막꿀빠” 이렇게 따라했고 나이가 들어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뜻을 알았을 때나 모를 때나 그 경건함과 느낌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때에는 모호하고 정확하지 않기에 뜻에 치중하지 않고 느낌과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느낌으로 기도하고 마음을 하느님께 들어 올린 것 같다.

나는 운전을 하며 노랫말의 뜻도 모르는 외국노래와 경음악을 즐겨듣는데 외국어를 모르는 나는 아름다운 외국 곡들을 들으며 내 마음을 그 곡에 실어 느끼기를 즐겨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요가 싫다는 뜻이 아니라 가사의 뜻을 아는 노래를 오래 듣다보면 왠지 지루한 감도 있지만 운전에 집중하려면 뜻 모를 곡이 더 좋다. 외국가수의 목소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악기음으로 들리기 때문에 이성은 운전에 집중하고 마음은 음악으로 즐기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면 나는 일도 잘한 것이고 곁들여 주머니도 두둑하다.

신앙생활에서 기도의 중요성은 잘 알면서도 내게는 지금도 기도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성으로 드리는 기도,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심령으로 드리는 기도, 바라보는 기도 모두가 성령께서 이끌어주시지만 나는 언제나 무디고 더뎌 고생을 많이 한다.

성령 쎄미나 교육과정에는 심령기도의 은혜를 청하는 시간이 있다. 안수와 함께 봉사자들이 가르쳐주시는 데로 따라하여 새로운 이상한 언어로의 기도체험들을 하게 되었다. 서운 하지만 나는 심령기도를 체험 하지 못했다. 심령기도체험을 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위하여 봉사자께서 말씀하셨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도이며 참가자들은 모두 다 심령기도의 은혜를 받았으니 서서히 들어나게 될 것이다. 기도회에 참석하여 심령기도를 따라 연습하고 개인적으로 조용한곳에서 성령께 기도은혜를 청하고 소리 내어 스스로 입과 혀를 말하듯 움직여본다면 차츰 뜻 모르는 말마디가 반복되며 심령기도를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지도해 주셨다.

나는 일과가 끝나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차안에서 성령께 청하며 뜻 모를 소리를 내어보았다. 알렐루야를 노래로 한 다음 아라라 다디도디 하여간 말도 안 돼는 소리를 반복하였다. 혹시 누가 미친 사람이 아닌가? 날 보는듯하여 눈을 떠보기를 수차래 내 마음을 흔드는 분심이 심했고 정말 스스로 바보 같기도 하고 꼭 이런 기도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계속 의문이 들기도 했고 그렇지만 꼭 해보고 싶기도 하여 수없이 의심과 어리석음을 물리치고 연습하였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가나다라와 알파벳을 앞뒤로 섞어서 소리내보기도하고 하여간 바보 멍청한 느낌, 누군가 비웃는 느낌을 물리치고 반복, 반복하였다. 포기할 만도 한데 뭔가 씌운 사람모양 중얼거려 댔다. 어느 날 뜻 모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말 한마디가 반복되어 나왔다.

뜻은 모르지만 나는 기도하는 느낌을 받았다. 기쁨과 두려움 설래임이 교차하면서 계속 반복하였고 기도회에 참석하여 심령으로 기도하는시간에 함께 어우러져 이상한 언어로 기도할 때는 내가 이상한 언어의 기도은혜를 받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뜻은 모르지만 아파트 계단을 내려올 때 주님을 바라보며 심령으로 기도하면 기쁨이 가득하고 하느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하시며 나의 기도를 이끄신다는 느낌을 갖는다. 또한 이성을 사용하지 않고 심령으로 기도드리니 기도가 쉽고 끝없이 오래할 수 있으며 기도회에서 차안에서 언제 어디서나 심령기도와 영가로 노래하며 하느님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한번은 대학교수 한분이 승차하시어 내게 심령기도를 함께하자고 제의하였다. 나는 그저 웃기만 하였다. 눈을 감고 손님께서 이상한 언어로 기도하셨다. 뜻도 모를 소리로 말이다. 내가 이상한 언어의 기도 은혜를 받지 않았다면 이 교수님 공부를 많이 해서 미쳤군!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두려움 없이 자신을 송두리째 하느님께 올리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예수회 사제이며 로마 그레그리오 대학교와 미국 마키트 대학교 영성 명예교수인 로버트 페리시 신부님이 쓰신 관상과 식별에서는 심령기도는 소리 나는 관상기도이며 성령쇄신 운동을 하는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라고 설명하신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언어, 신령한 언어, 즉 심령기도의 은혜를 청하여 받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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