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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24일 야곱의 우물- 마태9.14-15 묵상/ 생고기를 앞에 두고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24 조회수391 추천수3 반대(0) 신고
생고기를 앞에 두고

14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 하고 물었다. 15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제가 있는 본당은 시골 본당이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는 태양열집 열판과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쓰지만, 신자들은 냉장고조차 꿈도 꾸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들한테 배어 있는 나눔의 풍습은 보관의 어려움에서 생겨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멧돼지가 잡히는 날이면 동네 축제일이지요. 오랜만에 육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한테도 싱싱한 멧돼지 고기가 몇 점 떨어집니다.

그날도 분명 멧돼지를 쫓는 개들의 울음소리도 들렸고, 왁자지껄한 청년들 환호소리도 들렸습니다. 게다가 지나가던 동네 꼬마들이 돼지가 잡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잔치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슬쩍 동네를 둘러보았습니다. 고기도 한 점 얻어먹을 겸 …. 그런데 그 귀한 멧돼지 고기를 훈제만 해놓은 채 먹지 않고 바나나 잎으로 잘 싸놓고 있었습니다. “아니, 고기를 왜 먹지 않아요 ?” 라고 묻자, “신부님, 오늘은 금요일이잖아요.” 하고 대답합니다.

세상에 ….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 훈제하면서 고기 냄새를 어떻게 참았을까 ? 잘해야 한 달에 한 번이나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고기인데 …. 한국에서 금육 날이면 횟집에서 잔치를 벌였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단식의 의미 · 금육의 의미 · 사순시기에 행하는 여러 가지 희생이, 단지 말마디로 핵심을 피해 가는 요식행위나 내 몸을 위한 다이어트나 금연 정도였던 우리의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진정으로 내 신랑, 내 님을 빼앗겨 슬퍼하고 있습니까 ? 진정으로 내 생활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까 ?

 

현대일 신부(파푸아뉴기니 교포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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