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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6일 사순 제1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26 조회수691 추천수1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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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사순 제1주일-마르코 1장 12-15절

 

“그때에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광야 체험>

 

 

    예수님께서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지내셨다고 전해지는데, 과연 그 오랜 시간 동안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무엇을 하셨을까요? 광야는 어떤 곳일까요? 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황폐한 볼모지입니다. 광야에서는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저 하늘과 땅, 볼품없는 구릉들만이 무심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광야로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강도 높은 대피정 시간을 가지셨을 것입니다. 이제 곧 전개될 인류 구원 사업, 복음전도 사업이 하느님 아버지 뜻 안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셨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다양한 도전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고민하셨을 것입니다.

 

    이번 사순절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예수님께 하신 것처럼 우리를 ‘광야’로 내보내십니다. ‘광야’하면 드는 느낌은 어떤 것입니까? 약간은 답답한 느낌, 삭막한 느낌, 힘겨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요. 풀 한포기, 물 한줄기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사막, 거기서 무슨 기쁨이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사실 광야는 모험의 장소요 도전의 장소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서 광야가 꼭 나쁜 장소만은 아닙니다. 모험이요 도전의 장소이지만, 좀 더 큰마음으로 바라보면 변화의 장소요 성장의 장소입니다. 거듭남의 장소요 환골탈퇴의 장소입니다. 결국 광야는 잘만 활용하면 은총의 장소요 축복의 장소입니다.

 

    오늘 제게 있어 광야는 어떤 곳일까 생각해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올해 제게 꽤나 부담스러운 새로운 소임을 주셨습니다. 이 새로운 직책 역시 광야 체험입니다. 때로 사사건건 맞지 않는 이웃들을 만납니다. 이 관계 역시 일종의 광야 체험입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전혀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생의 부정적인 경험을 체험하게 합니다. 사고, 실패, 병고, 이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이 모든 경험들 역시 광야입니다.

 

    광야는 꽤나 부담스런 장소이긴 하지만 우리 자신의 나약함, 밑바닥, 한계, 유한한 본래 모습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은총의 장소입니다. 광야 체험을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 신앙생활은 초스피드로 일취월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광야야말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40일간 광야에서의 대피정을 성공적으로 끝내십니다. 내공을 탄탄히 다지신 예수님께서는 드디어 본격적인 사목활동을 펼치시기 위해 광야를 떠나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십니다.

 

    그런데 그 첫 행선지가 어딘지 아십니까? 그곳은 유다교의 본산이자 고색창연한 도시 예루살렘이 아니었습니다. 유다의 변방이자 가난한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죄인들로 붐볐던 갈릴래아 지방이었습니다. 자질구레한 일상사가 펼쳐지는 저잣거리, 어쩔 수 없이 구차스런 하루 일과가 전개되는 인간들의 삶 그 사이였습니다.

 

    오늘도 하느님께서 찾아오실 장소는 다른 곳이 아닙니다. 죄와 방황과 타락과 갈등으로 얼룩진 부족한 우리 인간들 삶의 현장 그 한가운데입니다. 갖은 결핍과 상처로 가득한 내 삶 한가운데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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