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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성탄절이면 생각나는 꽃들과 식물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12 조회수8,200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성탄절이면 생각나는 꽃들과 식물들

 

 

짙은 녹색 식물들 그리고 그 사이에 붉거나 흰 꽃들을 놓아두기만 해도 성탄 분위기는 한층 더 살아난다. 성탄 즈음에는 아름다운 상징성과 의미로 그 정취를 돋우는 꽃들이며 식물들이 떠오른다. 포인세티아, 크리스마스로즈, 호랑가시나무, 크리스마스선인장, 겨우살이, 아이비 등이다.

 

 

포인세티아(Poinsettia)

 

포인세티아는 한눈에 보아도 성탄절의 식물이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는 성탄 무렵이면 포인세티아 상단부의 포엽(苞葉)들이 선명한 빨간색으로 변한다. 더러는 순백색이나 얼룩무늬를 띤 분홍색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것은 별 모양으로 생겨서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베들레헴의 별을 연상시킨다. 멕시코 산악지대 원산의 상록 관목인 이 식물을 고대 아즈텍 인(멕시코 인디언)들은 정결과 순수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멕시코의 그리스도인들은 성탄의 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멕시코에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마리아라는 어린 소녀와 남동생 파블로가 포인세티아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한다. 두 아이는 너무나 가난해서 성탄 전야에 열리는 잔치에 가져갈 예물을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기 예수님께 빈손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성당으로 가던 오누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길섶의 풀들을 뜯어 다발을 엮었다. 그들이 성당에 도착하자, 잡초를 뜯어 묶은 초라한 다발을 보고 다른 아이들이 오누이를 놀려댔다. 그런데 두 아이가 풀 다발을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 발치에 놓아 드리는 순간, 그 다발의 포인세티아에서 색깔도 선명한 빨간 꽃이 피어났다.

 

 

크리스마스로즈(Christmas Rose)

 

크리스마스로즈는 유럽의 산악지대에서 한겨울에 꽃이 피는 까닭에 유럽에서는 널리 알려진 성탄절 꽃이다. 이 식물은 이름과는 다르게 장미가 아니라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이다. 하지만 꽃잎의 바탕은 희고 그 끄트머리는 분홍인 이 야생화의 모습이 들장미처럼 생기기는 했다.

 

유럽에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로즈는 마델론이라는 양치기 소녀가 발견했다고 한다. 몹시 추운 어느 겨울 밤, 산기슭에서 양들을 돌보던 마델론은 동방박사들과 목동들이 아기 예수님께 드릴 예물을 들고서 지나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손에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그리고 과일이며 꿀, 비둘기 등을 들려 있었다. 마델론은 새로 태어난 왕에게 드릴 것이라곤 하다못해 작은 꽃조차도 없다는 생각에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서는 쌓인 눈을 걷어냈다. 그러자 눈에 덮여 있던 크리스마스로즈의 앙증맞은 모습이 드러났다. 마델론은 그 꽃송이들을 아기 예수님께 선물로 드리기 위해 잘라 모았다.

 

 

크리스마스선인장(Christmas Cactus, 가재발선인장, 게발선인장)

 

크리스마스선인장 또한 성탄절의 식물로 인기가 많다. 우리에게는 가재발선인장 또는 게발선인장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한 이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브라질을 비롯한 남아메리카의 열대 지역이 원산지다. 낮이 짧은 겨울에 분홍색이며 빨간색 꽃들이 피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선인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분홍과 빨강 외에 자주, 주황, 자홍, 미색 등 꽃의 색깔이 다양하다. 치렁치렁 늘어진 줄기들이며 거기에 달려서 피는 꽃들은 성탄절에 트리에 달아 놓은 선물 바구니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예수회 선교사인 호세 신부가 볼리비아 밀림 지대의 원주민들에게 성경과 그리스도의 생애에 대하여 애써서 가르쳤는데, 그들은 성경과 교리의 개념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호세 신부를 신뢰하지도 신임하지도 않았다. 어느 해인가 호세 신부는 의기소침한 채로 외롭게 성탄 전야를 맞았다. 그럼에도 제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서 원주민들을 올바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때 멀리서 자신이 가르친 성가를 흥겹게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왔고, 호세 신부는 몸을 돌려 성당 안으로 열을 지어 들어오는 마을 어린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밀림에서 꺾어 모은 꽃들을 품에 한가득 안고 있었다. 아기 예수님께 드릴 꽃들이었다. 이때부터 이 꽃은 크리스마스선인장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호랑가시나무(Holly)

 

상록 관목인 호랑가시나무는 가장자리에 뾰족한 가시들이 돋친 녹색 잎, 작고 흰 꽃, 성탄 무렵에 맺는 빨간 열매로 성탄절을 상징하는 식물이다. 유럽 원산의 호랑가시나무(Ilex aquifolium)와 아메리카 원산의 호랑가시나무(Ilex opaca)가 다르고, 한국과 중국에서 자라는 호랑가시나무(Ilex cornuta)가 또한 다르다. 유럽에서 처음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그곳의 호랑가시나무를 보면서 고향인 유럽의 호랑가시나무를 생각했고, 이내 성탄절 장식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고대 켈트 인들은 이 식물을 영생의 상징으로 여겼다. 나중에 그리스도인들이 이 의미를 받아들이면서, 여기에 영원한 삶에 대한 예수님의 약속이라는 상징성을 덧붙였다. 호랑가시나무의 녹색 잎은 영원한 삶을, 잎의 가시는 그리스도께서 받으신 고통을, 빨간 열매는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피를 상징한다.

 

교회에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린 목동이 아기 예수님께 드릴 왕관이라며 호랑가시나무로 엮은 화관을 가져왔다고 한다. 목동은 화관을 아기 예수님의 머리에 씌워 드리면서 자신의 예물이 하찮다는 생각에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목동의 눈물을 본 아기 예수님이 그 화관을 어루만졌는데, 그 순간 호랑가시나무의 잎들이 반들거리기 시작했고, 희던 열매들이 빨간색으로 변했다.

 

 

겨우살이(Mistletoe)

 

사람들은 성탄절을 맞아 흔히 겨우살이 가지로 집안을 장식하거나 현관에 걸어 둔다. 예전에 켈트의 사제들은 겨울 축제에 겨우살이를 사용했다. 추운 계절에 뿌리가 없는 채로 녹색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숭배한 것이다.

 

유럽에는 겨우살이 나무 아래에서 입을 맞추는 전통이 있는데, 이는 노르웨이 신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광명의 신이자 모든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신인 발드르가 겨우살이 가지로 만든 화살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그때 그의 어머니가 흘린 눈물이 화살에 떨어져서 하얀 열매로 변했는데, 이 열매로 발드르의 상처가 아물었고 발드르는 되살아났다. 어머니는 크게 기뻐하며 겨우살이 나무를 축복했고, 그 아래를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키스해 주겠노라고 맹세했다.

 

 

아이비(Ivy)와 상록수들

 

녹색은 오래전부터 영원한 삶(생명)과 하느님의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성을 상징해 왔다. 이런 면에서 겨우살이도 마찬가지지만, 겨울에도 녹색을 유지하는 아이비 또한 영원한 삶과 불사(不死)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죽음을 극복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신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때에 아이비는 특히 건물 외부를 장식하는 데 쓰인다.

 

그리고 소나무, 삼나무, 가문비나무 같은 상록수들은 오래전부터 치유력을 가진 마술의 나무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한겨울이 지나가고 낮의 길이가 차츰 길어지는 시기에 태양의 귀환과 생명의 소생을 기리며 지내는 고대인들의 축제와 의식에 상록수 가지들이 사용되곤 했다. 이러한 상징성이 그리스도교에도 받아들여져서,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게 되는 새로운 삶 또는 영원한 삶을 기원하며 상록수 가지로 화환을 엮어 문에 걸어 두게 되었다.

 

성탄절에는 빨간색, 흰색, 녹색, 황금색 그리고 은색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색들이 어울린다. 그리고 이 색깔들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관련된 상징성 때문에 성탄절의 색이 되었다. 이를테면, 흰색은 정결과 순수(무구)와 평화를, 빨간색은 그리스도의 피를, 녹색은 영원한 삶(생명), 황금색 또는 은색은 (동방박사들을 안내한) 베들레헴의 별을 나타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성탄절이 오면 이러한 상징성에 걸맞은 색의 꽃과 식물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식물들을 통해서 성탄의 의미와 기쁨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포인세티아의 눈부신 빨간색이든, 호랑가시나무의 따가운 가시든, 겨우살이의 낭만적인 매력이든 간에, 성탄 무렵이면 으레 떠오르는 꽃들이며 식물들로 해서 우리의 성탄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2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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