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27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레위19,1-2.11-18 마태25,31-46

경천애인(敬天愛人)

참 역설적인 인간입니다.

가장 강하면서도 가장 약하고 부족한 게 인간입니다.

일반 동물과 비교하면 단박 들어납니다.

마음과 몸은 얼마나 다치기 쉽고 망가지기 쉬운지요.

하여 병도 많고 불구자도 많은 게 인간 세계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주님은 모세를 통해 평생과제를 제시하십니다.

심신(心身) 건강의 길이요 행복의 길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게 우리의 평생 과제입니다.

하느님 있어 사람입니다.

하느님 빠지면 사람은 괴물이 됩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하느님 거울에 부단히 나를 비춰갈 때 참 나의 실현입니다.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의 평생과정입니다.

평생 하느님 사랑을 배워 공부해야 하는 평생 학인인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게 여타 동물들과의 차이점입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길은 아주 구체적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상식과 양식을 충실히 준수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무수한 율법 조항들은 사람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존재인지 알려줍니다.

오늘 주님은 모세를 통해 구체적 이웃 사랑의 지침을 알려줍니다.

‘너희는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속여서는 안 된다.’

‘사기해서는 안 된다.’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이웃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이웃의 것을 빼앗아 서는 안 된다.’ 등

무려 ‘…안 된다’ 로 끝맺는 부정적 금령들이 무려14회나 나옵니다.

바로 이런 행위가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힙니다.

상식과 양식에 충실하여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실제적 이웃 사랑의 실천입니다.

더불어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명령은 2회 나옵니다.

‘너희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곧 이어 못을 박듯이 ‘나는 주님이다.’라는 말씀으로

두 명령의 권위를 확고히 해줍니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삶이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이 또한 평생과제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공동전례기도에 충실하고

이웃 사랑의 실천에 노력하며 전례와 삶의 일치를 도모합니다.

전례와 삶의 일치가 깊어지면서 더불어 거룩해 지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아버지의 집에 귀가할 때 무사통과가 아니라

사랑 실천의 잣대에 의한 심판을 받게 됩니다.

사랑의 실천에 의해 거룩해진 의인들이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 입장합니다.

이 복음은 장례미사 때와 연중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복음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보시는 사랑의 실천은 아주 구체적입니다.

결코 추상적 사랑이 아닙니다.

굶주린 이, 목마른 이, 나그네 된 이, 헐벗은 이, 병든 이,

감옥에 갇힌 이 등

실제 육체적으로 곤궁 중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주님은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하늘에 계신 주님이 아니라

곤궁 중에 있는 이들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추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이런 구체적 곤궁 중에 있는

‘한 사람’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이시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게 인간 존엄성의 근거이자 건강하고 온전한 신비주의입니다.

바로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 성녀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미사의 성체 안에만 현존하시는 주님이 아니라

이 곤궁한 이들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이시니

이들 역시 살아있는 주님의 성체입니다.

이런 사랑의 실천으로 완성되는 성체성사요,

경천애인의 이상도 실현되어 거룩한 사람이 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경천애인의 거룩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