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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3일 사순 제1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03 조회수660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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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사순 제1주간 토요일-마태오 복음 5장 43-48절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우리가 원수를 사랑하게 되는 그날>

 

 

    마태오 복음 5장-7장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산상설교로 이루어져있는데, 5장에서는 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말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건네시는 행동지침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참으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오늘 하시는 말씀,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는 말씀은 너무나 기가 막힌 말씀이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막막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고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원수는 보통 어떤 사람을 두고 원수라고 합니까? 국어사전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나 자기 집에 해를 입혀 원한이 맺히게 된 사람.”

 

    결국 원수는 나를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트린 사람, 잘 나가던 내 인생을 끝장나게 만든 사람, 내 가정을 산산조각 나게 만든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사랑하라니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적당한 선에서의 양보, 너그러운 관용, 신사다움을 요구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천상적 사랑, 참 사랑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결국 바보처럼 살라는 말씀, 이 세상에 살아가지만 이 세상을 초월하라는 말씀, 더 이상 이 세상 것들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넘어서야 가능합니다. 자아를 완전히 초월해야만 가능합니다. 협소한 인간적 관점, 인간의 시선을 벗어나 하느님 눈으로 바라보고 하느님의 마음을 지닐 때 가능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적당히 한걸음이 아니라 크게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인간을 넘어 하느님처럼 되라고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인성을 극복하고 신성을 획득하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요원해보이겠지만 언젠가 세월이 좀 더 흐르고, 우리의 시야가 좀 더 광대해지고, 우리 안에서 신성이 점점 성장해가는 어느 순간, 불가능해보이던 예수님의 권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가 인간이지만 우리 인간 안에 하느님의 성령께서 힘차게 활동하실 때 우리 인간은 비루함에서 위대함으로 이기적 성향에서 이타적 성향으로, 인간적 사랑에서 신적 사랑으로 나아가 마침내 기꺼이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날, 우리가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그날, 우리 삶 안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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