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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한국의 위령기도8: 위령기도의 보존과 계승의 문제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2 조회수7,626 추천수0

[한국의 위령기도] (8 · 끝) 위령기도의 보존과 계승의 문제점


한국 정서 담긴 전통음악 특성 그대로 악보에 옮겨야

 

 

성경의 해석이 바뀌고 상장예식이 간소화된 현실에서는 위령기도문과 악보의 수정작업이 시급하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위령기도의 전승과 보존 문제

 

위령기도는 정화 중에 있는 영혼들을 위하여 가톨릭신자들이 드리는 기도이며, 그 공로를 통하여 상호간에 구원을 얻게 된다는 믿음이다. 서양에서 비롯되었지만, 한국 실정에 맞는 가락과 문화, 예식, 언어로 정착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전승되었다.

 

반면, 위령기도의 악보화는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 구전되어오던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각 교구별이나 본당별로 차별화되던 연도의 특성을 잃고 통일화를 가져왔다. 

 

오늘날은 성경의 다른 해석과 예식의 간소화로 인하여 위령기도의 기도문과 악보 수정 작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이번 시간에는 위령기도의 악보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살펴보고 올바른 보존과 계승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악보가 실제를 충실하게 반영해야 

 

위령기도의 악보는 실제 노래와 다르기 때문에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첫째, 위령기도가 가지고 있는 호소력과 간절함을 내포하는 시김새는 악상기호로서 반드시 표기되어야 한다. 수직적인(화성) 서양음악에 악상기호가 필요한 것처럼 수평적인(단성부) 한국음악에는 시김새(꾸밈음) 및 악상기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음악 중에도 자신의 감정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민속악보다는, 파스카의 신비와 통공에 대한 믿음이 정악의 계면조에 적합하다.

 

시김새는 한박이나 두박의 정확한 길이로 표기되는 것이 아니라 앞꾸밈음이나 뒤꾸밈음의 장식음으로 표기 되어야 하며, 규칙적인 시김새 표시가 바람직하다. 정확한 시가의 음이 시김새로 주장되는 사례가 있지만, 시김새는 음을 꾸며주는 악상기호이다. 

 

현행 악보에는 시김새 표기가 없지만, 실제 노래에서는 흔들어주는 요성(搖聲, 〰), 흘러내리는 퇴성(退聲,◝), 밀어 올리는 추성(推聲, ◞)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가창자별로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시김새이기 때문에, 긴 시가의 최저음에는 요성(〰), 낮은음에서 높은 음으로 올라갈 때는 추성(◞), 높은음에서 낮은음으로 내려갈 때는 퇴성(◝)이 표기되어야 한다. 

 

둘째, 음표 위에 표기된 셋잇단음표는 삭제하고 음절에 맞는 리듬으로 표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말붙임은 첫 음에 강세가 들어가므로, 대부분의 전통노래는 첫 박을 강하게 부르고, 마디 단위가 아닌 장단 단위로서 중간에 중간 강이 들어간다. 위령기도 역시 정확한 언어전달을 위한 기도문이며, 우리의 고유한 노래이기에 첫 박을 강하게 부르고, 중간에 “하느님”, “그리스도님”등 문단의 주제어를 강하게 부르면 된다. 

 

그러나 현행 음표 위의 표기(﹇)는 음악의 강약을 서양식인 강약약(3박)이나 강약 중간약(2박) 등으로 혼돈스럽게 부르도록 조장하고 있으며, 리듬 역시 변형이 많아 가창하기 어렵다. 

 

기도문은 음절에 따라 1음절은 장, 2음절은 단장, 3음절은 1음절+2음절(장 단장) 혹은 2음절+1음절(단장 장), 4음절은 2음절+2음절(단장 단장) 등으로 반복 되어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언어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3소박의 표기로 수정되어야한다. 즉, 장은 점4분음표(♩.), 단장은 8분음표(♪)와 4분음표(♩) 등 박자에 맞게 표기해서 해결되어야 한다.

 

 

다양함을 반영하여 위령기도의 변질을 막아야

 

이상의 제안은 200여 년 넘게 이어오는 위령기도가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변질되는 것을 막고 전통의 방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상장예식」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만든 것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해적판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개인 취향에 따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현행 악보는 위에 열거한 문제점 이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지녔기에 교구별, 지구별, 본당별로 다양한 해적판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경의 해석이 바뀌고, 상장예식이 간소화된 현실에서는 기도문과 악보의 수정 작업이 시급하다. 기도문은 2005년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발행된 「성경」을, 예식은 2017년 주교회의 결정을, 그리고 악보는 위에서 제안된 내용이 함께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

 

 

위령기도는 천주교를 넘어 우리의 문화유산

 

유네스코(UNESCO) 세계 문화 위원회는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가치 있는 각국의 문화유산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 발표하였는데, 불국사의 석굴암, 종묘, 훈민정음 등 문화유산과 기록유산은 물론, 무형유산에 종묘제례 및 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가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제례음악인 종묘제례악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것과 같이 각 지방의 위령기도 역시 문화재로 지정된다면 우리 민족의 예술성이나 국민성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존의 위령기도는 문화재로 지정하고 다양한 기도문을 활용한 위령기도는 전례음악으로 보급하여 미사전례뿐 아니라 한국전통음악에도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 이번 호로 연재가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한국가톨릭상장례음악연구소 필진분들과 관심 있게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2월 25일, 강영애(데레사 · 한국가톨릭상장례음악연구소 연구실장)]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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