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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08 조회수620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사순 제2주간 금요일 -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들




 

오늘 B형 간염 3차 예방주사를 맞는 날이고, 갑상선 결절 2차 조직검사를 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교구와 연계되어 있는 가톨릭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지금까지 교구사제들을 담당해 도와주시던 수녀님께서 계시지 않아 ‘처음으로’ 예약증만 들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접수를 두 군데 동시다발적으로 하게 되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였습니다. 앉아 기다리며 의사선생님을 만났고, 우선 수납을 하고 채혈을 해 오라고 하였습니다. 직접 수납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하는데, 직원 같은 분이 신부님은 자동수납을 해서는 안 되고 수납원에게 내야 돈이 교구로 청구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번호표를 뽑고 좀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기다려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입니다. 수녀님이 다 알아서 처리해 줄 때가 그리워졌습니다. 수납처리가 끝난 다음에 둘러보니 채혈실이 보이기에 들어갔더니 그 곳은 이미 뽑은 피를 검사하는 곳이라 한 층 내려가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수녀님이 일일이 데려다 주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병원오신 할머니들보다 더 길을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내려가 보니 30명가량 대기자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습니다. 처음엔 ‘수녀님만 있었으면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과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약간의 불만스런 마음이 들었지만, 조용히 앉아 기다리면서 크게 뉘우쳤습니다.

‘내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질서를 사제라는 특권으로 무시하며 살았구나. 여기 온 사람치고 한가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검사를 다 마치니 수녀님이 계셨을 때보다 거의 두 배가량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편했습니다. 앞으로도 특권의식으로 새치기하지 말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이 일이 끝나고 신부님들과 만나 복어를 먹었습니다. 복어는 좀 비싸지만 굉장히 맛있는 생선입니다. 다 아는 것이지만 복어 안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부위가 있습니다. 핏속에 독이 들어있기 때문에 복어를 다 먹으려하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도 우리가 침해해서는 안 되는 바로 그런 부위가 존재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것은 그들이 살아가기 위해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조금만 더’ 가지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의 이기적 욕심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할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게 됩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따먹었다는 것은 조금 더 새로운 맛을 탐닉하려는 인간의 욕심으로 하느님의 영역까지도 침범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영역을 침범하여서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기는커녕 가진 것을 다 잃게 되고 하늘나라에서 쫓겨나는 영적인 죽음을 맞게 됩니다. 하느님은 그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믿지 않고 그 맛까지도 보려고 했기 때문에 죽음을 맛보게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소작인들도 자신이 받은 것에 만족해하면 그만이었는데 포도원 주인의 몫까지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했기에 망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것은 아예 그 분 것으로 떼어놓는 습관을 길러야 하느님나라를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나라는 하느님의 몫을 잘 바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행복입니다. 어디에나 침범해서는 안 되는 하느님의 영역,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질서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이기심은 항상 ‘조금 더’를 외치면서 이 영역을 침범하려듭니다. 그러나 그 영역을 침범하는 동시에 그 안에 있던 독이 터져 그 침범하는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당연히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 우리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이 영역을 ‘십일조’라 보고 싶습니다. 그것까지 우리가 먹고 있기 때문에 몸 안에 독이 퍼지는 것입니다.

 

요즘 강정마을에 건설될 해군기지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특별히 나라와 대기업들이 공사를 하기 위해 폭파해야 하는 구럼비 바위 해안은 우리나라의 많은 멸종위기종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의 서식지입니다. 멸종위기 후보종인 민물새우류인 제주새뱅이, 희귀종 식물 층층고랭이도 발견됩니다. 20개의 용천수가 솟는 민물습지로서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그 앞바다는 같은 해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2004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주민들에게 구럼비 바위 해안은 포기할 수 없는 삶터이기도 합니다. 구럼비 해안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는 과거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할망물’은 제사를 지낼 때 마을 주민들이 정화수로 사용했던 성스럽게 여겨온 용천수입니다. 한 주민은 “어릴 때부터 구럼비 바위에서 소라도 잡고, 물고기도 잡아 구워 먹고 놀기도 했다”며 “내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구럼비 바위 해안가에 분포하는 20여개의 용천수가 모두 민물습지”라며 “여름철 구럼비 해안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황홀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참조: 한겨례, 2012.03.07. 허준호 기자)

이런 자연유산도 하느님께서 우리 손에 잠시 맡겨주신 것입니다. 지금 그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국방의 매우 절실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동식물의 고향인 저런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폭탄으로 날려버린다는 저런 발상은 어쩌면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하는 선까지 넘어 모두 자신들의 것으로 삼으려는 오늘복음의 소작인들의 모습은 아닐까요? 그 열매를 따먹으려던 뻗었던 손을 지금에라도 다시 거두어드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 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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