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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아버지 마음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3-09 조회수678 추천수16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사순 제2주간 토요일 - 아버지 마음




 

요즘 강정마을의 국내 유일 바위습지인 구럼비 바위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너무 늦게 관심을 갖은 것에 대한 죄책감도 듭니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4.3 항쟁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더욱 가족같이 끈끈했던 주민들이 새로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찬반 문제로 서로 갈라져서 말도 안 하는 사이들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주 사람들만 못살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전부 찬성 반대 사람들을 말이죠. 조카 내 동생 아들하고 제사도 같이 안하고 벌초도 같이 안합니다. 아무 것도 안합니다. 만나지도 않습니다. 죽일 놈 살릴 놈 합니다. 삼촌 보고도 백부 보고도. 걔는 찬성이거든요. 난 반대고요. 눈물 납니다. 눈물 나요.” (발췌: 뉴스타파 6회)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 건설한다는 해군기지, 결국은 나라 안에서 평화가 깨어지게 만드는 장본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그 유명한 ‘돌아온 탕자’의 비유말씀이 나옵니다. 사실 돌아온 탕자 비유의 주인공은 탕자가 아닙니다. 바로 ‘아버지’입니다. 두 아들을 중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깊이 새겨져야 오늘 비유를 제대로 이해한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보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해 주시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돌아온 탕자는 세리와 죄인들이고 화가 나서 집에 들어오기를 거부하는 큰아들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끔 그들을 독사의 족속들, 혹은 회칠한 무덤이라 하시며 독설을 퍼부으시기 때문에 그들을 싫어하고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예수님은 그들을 설득해서 그들도 당신 품에 안기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죽었던 아우가 살아 돌아왔으니 함께 집으로 들어와서 잔치를 즐기자고 설득하고 계신 것이 오늘 비유의 핵심입니다. 예수님은 누구하나 당신을 떠나 갈라지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그리고 세리와 죄인들이 함께 당신 품 안에서 화해하고 같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하느님은 모으시고 일치시키시지만 사탄은 흐트러뜨리고 분열시킵니다.

 

레페브르(Lefebvre)는 주교로서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반대하여 따르지 않았던 분입니다. 그리고 그가 서품을 주었던 사제들도 교회에서는 파문 되었습니다.

저도 오스트리아에서 한 번 그들이 하는 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미사는 라틴어로 사제가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드렸고 미사에 온 사람들도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성체성사 때는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으면 흰 천을 가슴 앞에 대고 성체 가루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입으로 성체를 영해 주었습니다. ‘공의회 이전에는 이렇게 미사를 드렸겠구나!’하면서 시대를 거슬러 미사를 드리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공의회는 각 나라말로 미사를 드릴 것을 결정하였지만 그들이 공의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그 이전의 전통만 고집하기에 교회에서는 그들을 파문한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베네딕도 교황님께서는 그들의 파문을 철회하고 그들을 교회에 받아들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미사를 거행하도록 허락하였습니다. 이것에 관해 많은 주교들과 성직자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 공의회에서 주교단이 결정한 사항을 거부하는 단체를 받아들여서 주교단과 공의회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교회 안에 분열을 일으킨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교회 내에서 이런 반론들이 제기되니 이번에는 그것에 대해 교황님께서 모든 주교님들께 그것을 해명하는 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교회의 모습을 이렇게 강경하게 비판하셨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서로 잡아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이 그렇게 공의회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파문’거리는 아니었습니다. 파문은 교회의 신앙에 어긋나는 신심행위를 했을 때에야 정당합니다. 그러나 공의회에서 새로 결정된 교의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 공의회에서 결정한 것은 사목적인 사항들이었습니다. 그 사항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여 교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고 교회의 믿을 교리도 모두 인정합니다. 그러니 전례 형태만 다른 것입니다. 공의회 이전 전례를 고집한다고 하여 그들을 파문해야 한다면 그 전까지 그런 전례를 행해왔던 모든 사람들도 문제가 있는 것일 것입니다. 물론 지금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지만 그렇게 쉽게 파문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현 교황님은 신학자시기 때문에 이것을 깊이 간파하시고 그들의 파문을 철회하신 것입니다. 말썽꾸러기 자녀도 자녀입니다. 모든 자녀를 한 울타리에 모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아버지는 이렇게 잘난 자식이나 못난 자식이나 다 당신 품에 안으시려고 하십니다. 그런데 성당 내에서도 서로 분열이 있고 나라 내에서도 이렇게 분열이 있습니다. 사제라면 누가 잘했건 못했건 하나도 집을 뛰쳐나가지 않고 잘 포용해야 할 것이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라면 나라 내에서도 이런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모든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우리가 갈라지는 모습이 아버지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서로 받아들이고 용서하여 한 울타리에 머물기를 결심하고, 또 강정마을에도 참 평화가 머물기를 기도합시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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